4일 오전 1시 경기도 성남의 한국도로공사(도공) 교통센터 2층 종합안전상황실. 전화 한 대가 요란스럽게 울었다. 경기지역본부 방창식 도로팀장이 건 전화였다. “현재 장비를 완전 가동해 작업하고 있지만 눈이 더 오면 위험합니다. 추가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무실 한구석에 놓인 64인치 모니터에 서해에서 밀려오는 눈구름의 모습이 보였다. 기상청에서 10분에 한 번씩 보내주는 레이더 영상이다. 2~3시간 후면 수도권 상공에 들이닥칠 기세다. 상황실에서 비상 근무 중이던 도공 본사의 권오근 도로방재부장은 재빨리 전북·경북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대기 중인 긴급지원팀 장비를 당장 경기본부로 보내세요.”
오전 4~5시. 지방에서 올라온 제설차와 트럭 14대가 차례로 인천·군포 등 수도권 고속도로에 투입됐다. 원래 경기본부가 보유하고 있던 장비와 전날 지방에서 1차로 지원받은 장비를 합쳐 총 163대째다. 오전 7시 출근 행렬이 시작됐다. 하지만 상황실 모니터 속에 표시된 고속도로 노선들은 서너 곳을 빼곤 대부분 초록빛이다. 통행 속도가 시속 70㎞ 이상으로 현재 소통이 원활하다는 의미다. 오전 8시 기상특보가 모두 해제됐다. “상황 끝.” 권오근 부장을 비롯한 14명의 상황실 요원들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서울(16.5㎝)·인천(14.4㎝) 등 수도권과 춘천(12.2㎝) 등 강원도에 큰 눈이 쏟아진 3일 오후~4일 오전 사이. 전국의 고속도로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도공 직원들은 ‘눈과의 사투(死鬪)’를 벌였다. 852명의 인원과 555대의 장비가 동원돼 염화칼슘 2310t, 소금 1만2029t을 뿌렸다. 돈으로 15억9100만원어치다. 인건비·기름값까지 합한 전체 제설비용은 21억원이 넘는다.
매년 겨울 해 온 일이지만 올해는 자체 개발한 제설관제시스템이 큰 힘이 됐다. 이는 전국의 고속도로·국도 1950곳에 설치한 폐쇄회로TV(CCTV) 화면과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 정보, 제설 장비에 부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통합해 전국의 제설 작업을 실시간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