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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찰단, 핵무기 관련 문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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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엔 무기사찰단이 속이 빈 화학탄두에 이어 다량의 핵무기 제조 관련 문서를 이라크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미국 측은 "이라크는 더 이상 발뺌할 수 없게 됐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반면 이라크는 "학술용으로 만든 자료를 갖고 생트집 잡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다.

◇3천여쪽의 문서=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은 18일 유엔 무기사찰단이 팔레 하산 함자 바그다드대학 교수(물리학)의 집에서 핵무기 제조 기술과 관련이 있는 3천여쪽 분량의 미공개 문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날 CNN을 통해 "이라크가 왜 이 문서들에 대해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문서가 핵무기 제조 사실을 증명할 '명백한 증거(smoking gun)'는 아니지만 이라크가 투명하게 사찰에 협조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문서는 1980년대 후반 작성된 것으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레이저 기술 관련 사항을 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문서는 학위 논문"=함자 교수는 "88년 레이저를 이용한 동위원소 분리 연구를 했으나 당시 이라크의 설비로는 이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워 폐기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제자들의 박사학위 논문까지 사찰 대상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레이저 관련 기술 문서들은 91년 걸프전 이후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 이미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의 핵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한 때 핵 물질을 얻기 위해 '레이저 동위원소 분리'를 통한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원심분리법 등 다른 농축방법을 찾았던 사실을 지적하고,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이 기술을 80년대 이라크가 보유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공격' 찬반 논란=미국은 이라크가 사찰에 비협조적이면 명백한 증거 없이도 이라크전을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8일자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의 사찰 비협조와 기존 유엔 결의 위반 사실이 이달 말까지 입증될 것"이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또는 같은 뜻을 가진 국가들과 함께 이라크전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19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명백한 증거 없이도 이라크 공격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본 자민당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간사장도 이날 "유엔 안보리 결의가 없어도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결정하면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18일 "유엔 안보리의 새 결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일방적 이라크 공격은 있을 수 없다"고 반대했다.

정용환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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