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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사생활|미국에 도청장치「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미국의 몇몇 백화점에서는「카운터」에 도청시설을 해놓고 고객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어떤 상점에서는 부인경의실에 비밀양면 거울을 비치, 혹시「슬쩍」하지 않나를 감시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것쯤은 애교있는 상술로 돌려버릴 수 있는 일. 사태는 좀 심각해졌다. 요즘에 와서는 누군가 자기얘기를 듣고있거나 보고있다는 가정 밑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어버렸다. 미연방수사국(FBI)에서 공공건물의「로비」에다 도청장치를 하고 있다는 건 거의 공개된 비밀이지만 얼마 전에 밝혀진 것을 보면「뉴요크」경찰 당국이 1년동안 설치한 3천여개의 도청시설 중 거의 반수가 일반전화에 부대가설 되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워싱턴」의 연방사무국에도 약 5천개의 전화가 엿듣게 되어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무섭게 번져가고 있는 것이 개인회사의 도청시설이다. 기업주들은 고용인들의 작업능률과 회사 기밀보장등을 앞세워 부하직원의「프라이버시」침해에 서슴지 않는다. 방법은 주로 오가는 전화를 도청하는 것이지만, 이밖에 벽사이에 도청시설을 해 놓는가하면 심지어는 화장지의 가운데 달린 곳에다 도청시설을 해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옛날 얘기, 요즘에는「셔츠」단추, 만년필, 각사탕, 팔뚝시계, 의치에 이르기까지 도청작업에 동원된다. 「벤·재밀」이라는 한 도청시설 제작자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도 간단한 도청장치로 들을 수 있다고 호언, 물 속에서 물고기의 암놈·수놈이 뭘 하고 있는 가까지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시원한 여름을 즐기고 싶은 사장족들은 단돈 1천「달러」짜리의 도청시설을 해놓고 「포키트」용「마이크로폰」만 가지고 떠나면 부하직원들이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가를 훤히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다고 선전도 일석.
1천「달러」라고 했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싼값으로 방안에 도청시설을 해놓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아마추어」도 75「달러」정도만 들이면 된다. 돈을 더 아끼고 싶으면 부속품 20「달러」어치로 잡지도해를 보고 쉽사리 소형송화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설은 FM시설을 갖춘「라디오」로 쉽사리 도청할 수 있게 한다.
자동녹음기로도 쉽사리 녹음되는데 대화가 시작되면 저절로 녹음되며 대화가 끝나면 자동으로 멈추게 되어있어「테이프」의 낭비를 없게 하기도 한다.
지난 5월 미 연방체신위원회는 무선송신기 사용을 법으로 금지시키고 위반 시에는 일당 5백「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얼러댔지만 도청기 보급은 수그러질 줄을 모른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예를 들면 CIA, FBI따위)은 예외라는 조항이 문제. 현재 미국내만해도 도청시설을 청부맡는 회사가 2백개나 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과연『도청시설이 우리 사생활에까지 침투되면 폭탄이 떨어지지 않아도 세계문명은 자연히 종말을 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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