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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특감 뒷얘기] "몸통 드러나게" 독려 무색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에 시작된 감사원의 공적자금에 대한 특감은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

우선 규모면에서 1백40조8천억원(올 정부 예산의 1.5배)이라는 사상 최대의 자금을 감사했다.9개월이라는 기간도 가장 긴 감사로 꼽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자체 인력뿐 아니라 공인회계사.변호사.보험계리사.증권분석사 등 전문인력의 지원을 받았다. 국내외 은닉.도피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과 합동조사를 벌였다. 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은 "발가락만 그리지 말고 얼굴과 몸통도 제대로 드러나도록 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3월 12일부터 5월 2일까지 재정경제부.금감위.금감원.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 등을 상대로 공적자금 조성 규모와 시기의 적절성, 부실 금융기관 선정과 지원 규모 및 방법의 적정성에 대해 1단계 감사를 벌였다.

당시 감사에는 재정금융 분야를 맡고 있는 감사원 2국 직원 전원과 공인회계사 등 전문인력 80여명이 투입됐다.

8월 13일까지 실시된 2단계 감사에서는 제일.서울.한빛.외환은행 등 12개 시중은행과 종금사 24개, 투신사 2개, 신협중앙회 등 모두 93개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융 부실 관련자에 대한 책임과 공적자금 회수 및 채권 원리금 상환대책 등을 감사했다.

이 과정에서 공금 횡령.분식회계 책임자 등 40여명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를 의뢰했다.

11월 말까지의 3단계 감사에서는 50여명의 특별감사반을 투입해 보완감사를 벌였다. 이때는 부실기업주.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은닉 재산과 해외 도피 재산을 집중 추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금융기관에서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된다며 거부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금융실명제가 부도덕한 기업주들의 재산 도피에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번 특감에서 정부의 정책 판단 착오와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재경부 공무원 등에게는 한명도 징계요구를 하지 않았다. 손승태(孫承泰)제1사무차장은 이날 발표에서 "IMF 직후인 1997~98년은 상황이 긴박했던 만큼 다소의 법적 흠결이 있다고 개인을 문책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 주변에선 "정부가 부실채권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1차 공적자금이 부족했고, 뒤늦게 2차 공적자금 조성에 나서면서 금융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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