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리뷰] 강충모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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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바흐 서거 2백50주기를 맞아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기획공연 중 1999년 4월부터 2003년까지 10회에 걸쳐 바흐의 건반음악 전곡연주의 대장정을 시작한 피아니스트 강충모의 작업은 단연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4월 24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골드베르크 변주곡'(유니버설 뮤직) 은 바흐 대장정의 하이라이트이자 클라이맥스다.

이날 공연실황을 과감히 음반으로 내놓은 것만 봐도 연주자의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음반을 듣노라면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무쌍하게(연주자 자신의 말을 빌리면'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각 변주의 다양한 색채감으로 눈이 부실 정도다.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게 만드는'밀고 당김'의 미학이 연주의 구석구석마다 스며있다.

복잡하게 얽힌 선율의 타래를 가지런히 정리해주면서도 장식음의 순간적 아름다움을 과감히 전면에 내세울 때도 있다.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자장가처럼 따스하고 부드럽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필요 이상의 과장 섞인 낭만적인 해석의 군더더기를 덜어내 날카롭고 현대적 감각의 해석으로 바흐 음악의 지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카랑카랑하고 또박또박한 말투로 요점을 정확히 얘기해주는 식이다. 실황녹음이 주는 생동감과 극적인 매력 또한 이 앨범을 듣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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