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 크리스마스 앨범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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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조수미하면 어떤 음악이 떠오르는가. '밤의 여왕'(마술피리) 의 아리아, 아니면 질다(리골레토) 가 부르는 '그리운 이름'? 또는 발프의 '대리석으로 지은 집에서 사는 꿈을 꾸었네'?

그녀의 장점은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것이다. 벨칸토 아리아에서부터 이탈리아 가곡,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왈츠, 뮤지컬.크로스오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유연성을 발휘한다. 적어도 레코딩 스튜디오에서는 특정 장르나 배역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는 70만장이 넘게 팔려나간 첫 크로스오버 앨범 '온리 러브'로 대중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더니, 지난해 발표한 '기도(Prayers) '에서는 경건한 분위기의 종교음악을 담아냈다.

이번에 내놓은 음반의 제목은 '화이트 콘서트'. 굳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이름붙이지 않은 것은 해마다 이맘 때면 대중가수나 개그맨들이 내놓는 상업적 취향의 캐럴과는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기도'와 비교해 볼 때도 시대적으로는 훨씬 옛날로 되돌아갔고, 레퍼토리의 선택에서도 정공법을 택했다.

대중과 친숙해지려고 노력하는 동안 혹시 클래식 팬들로부터 멀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드라마 주제가를 부르고 광고음악에 등장한 것이 그녀의 전부가 아니며 본업은 정통 오페라 가수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다.

그루버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아돌프 아당의 '오 거룩한 밤' 등 유명 캐럴도 포르테피아노(피아노의 전신) 의 반주로 불렀고 모차르트의 모테트 '엑술타테 유빌라테'를 제외하면 전부 낯선 곡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앨범의 컨셉트는 독일의 바로크 음악이다. 쾰른 WDR(서독일방송국) 소속 카펠라 콜로니엔시스(지휘 미하엘 슈나이더) 와 쾰른 보컬앙상블이 군더더기없는 악기 편성으로 고풍스러운 크리스마스 음악을 들려준다.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을 위한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의 '성탄을 위한 전원풍의 칸타타', 크리스토프 베른하르트의 성탄 칸타타 '두려워말라'는 바로크 음악으로 영역을 넓혀가려는 의욕적인 레퍼토리다.

'온리 러브'에서 과감히 크로스오버에 도전한 것이나 '화이트 콘서트'에서 바로크의 정격음악을 시도함으로써 대중 스타에게 느끼기 쉬운 식상한 느낌을 상당 부분 덜어주고 있다.

콜로라투라에서 리릭으로 음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콘서트뿐 아니라 오페라 무대에도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역으로 설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조만간 헨델의 아리아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화이트 콘서트'는 헨델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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