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숙녀여러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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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령 어느 연사가 말이다. 판에박힌 그말투로 『신사숙녀 여러분!』이라고 연설을 시작했다고 하자. 그때 그청중가운데 과연 신사숙녀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말이다. 가령 점잖지못한 말이지만 공동변소의 경우, 으례 그「도어」에는 신사용·숙녀용이라고 씌어져있는데, 그안에서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과연 진짜 신사숙녀가 몇분이나 될까!
오늘날 신사숙녀란말은 사어사전쯤에나 등록되는 편이 옳을것같다. 그런데, 지금은 여름이라 더욱 곤란하다. 날이 점점 더워질수록 조작된 신사숙녀들이 마각과 그 본성을 여지없이드러내놓고있는 것이다. 다방엘 가면 「즈봉」을 걷어붙이고 바지가랑이미트올 부채질을 하시는 신사들이 있는가하면, 또 거리를 「파자마」차림으로 자기집 안방처럼 소요하시는 태평파신사들을 볼수있다.
숙녀들의 「파라솔」이 「아마존」의 창끝처럼 위험해지는 것이 또한 여름의 겨리. 좁은 육교나 골목에서 숙녀의 「파라솔」에 눈끝을 찔렸을 때, 아예 은근한 사과를 받을 기대를 갖지않는게 좋다. 더구나 시비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말라. 망신당하기가 십상이다. 어느친구하나가 『「파라솔」조심해세요. 사람눈을 찔렀으면 미안하다고나할게지….』그때 숙녀의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한 것이었다. 『누가 할소린지 모르겠네요. 왜 점잖지못하게 남의 여자곁으로 바짝 붙어다니는게요….』
우두자국을 대담하게 드러내놓고 거리를 활보하시는 숙녀들의 「스리블리스」「스타일」은 그대로 참을수가 있지만 그더운 만원「버스」속에서 말이다. 「행커치프」로 부채질을 하시는 「아마존」족의 체취발산공세에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여름은 인간을 짐승처럼만든다. 이제 삼복더위, 사람이 개구리나 하마를 닮아가는 계절-신사 숙녀여러분, 분발하라. 더위속에서도 지킬 예의는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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