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직부패수사처 위헌 소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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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권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처리키로 한 가운데 대법원과 법무부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국회 법사위에 낸 의견서를 통해 집행(수사)력을 갖는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인 부패방지위원회에 둘 경우 의회 통제를 받을 헌법적 근거가 없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가 누차 지적했듯이 새로운 수사기구의 신설은 옥상옥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행정부 고위직은 물론 입법.사법부 구성원들을 겨누는 수사기구가 대통령 직속이라면 대통령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결과가 된다. 이 때문에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고 대통령의 권력이 비대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패를 척결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부패가 이를 감시.수사하는 기관이 없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청와대 '사직동팀'이 위세를 떨치던 과거 정권에서도 공직자들의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선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판.검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수사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막강해질 경우 이를 감시할 또 다른 수사기구를 만들 것인가.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수처 신설 문제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선 기준으로 삼으려 하는 것도 잘못이다. 검찰총장 인선의 첫째 기준은 그가 얼마나 검찰의 독립과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인물인지에 맞춰져야 한다. 그럼에도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신설 문제를 집중 질의해 개혁 의지를 평가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여권은 위헌 시비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수처 신설을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검찰이 모처럼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으므로 면밀한 법률 검토는 물론 업무의 효율성 등을 따져 신설 여부를 결정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