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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환 “대법관 출신 총리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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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온 데 이어 30일엔 김능환(사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총리 제안이 와도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사전 고사(固辭)’ 입장을 이례적으로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 이후 자신이 총리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고 보고 아예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해 버렸다. 전직 최고 법관이자 선거 감시 기관의 수장이 행정부 2인자가 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논리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선 선택지가 더 좁아지게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선관위 공보실을 통해 “(나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대법관을 지낸 사람이 또 다른 조직에서 직책을 맡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 중의 하나로 모든 공직선거를 관리하는 자리이자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 늘 감시해야 하는 자리”라며 “어떻게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행정부를 관할하는 총리의 자리에 앉을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저 같은 사람에게 제안하는 것도 적절치 않고, 그런 제안을 제가 받아들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 고 설명했다.

 대법관 출신 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또 다른 대법관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이 총리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또 한 번 대법관 출신 총리 후보자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박 당선인이 김 위원장을 지명하면서 밝힌 ‘법치 총리’라는 컨셉트를 바꾸지 않을 경우 기존 후보군인 조무제 전 대법관,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다시 원점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조 전 대법관은 퇴임할 때 재산이 2억원에 불과했다. 안 전 대법관 역시 검찰 시절 재산이 2억5000만원으로 검찰에서 꼴찌였다. 그러나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인사검증 동의서를 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립적 헌법기관인 헌재 출신이나 대법관 출신이 총리로 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고(본지 1월 29일자 1면), 김능환 전 위원장이 대법관 출신 총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변수가 생겼다. 일각에선 김황식 총리의 유임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호남 출신인 데다 인사청문회 없이 바로 업무가 가능하고 2년 넘게 정부를 무난하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김 총리를 유임하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기 힘들다”며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전 정부의 총리를 쓰느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대 국무총리 중 정권이 바뀌면서 연임한 총리는 한 명도 없다. 다만 고건(김영삼·노무현 대통령), 김종필(박정희·김대중 대통령), 장면(이승만·윤보선 대통령) 전 총리가 시차를 두고 2개 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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