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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첫 인사 파격 1284명 자리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홍준표 경남지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일 단행한 대규모 인사는 파격과 문책성으로 요약된다. 부정부패 척결과 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한 그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직무대리를 포함해 87명 승진, 525명 전보, 672명 현 보직 재발령, 67명 파견 등 정원 2061명 가운데 62%인 1284명이 자리를 옮겼다. 2, 3급 자리에 4, 5급을 직무대리로 발탁하고 부하 직원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나이 많은 3, 4급 간부를 보직이 없는 도정연구관에 보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불만과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에는 우선 실·국장(2·3급)을 대상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과장(4급)·담당(5급)을 추천토록 하는 ‘실국장 추천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연고자 추천 배제 원칙이 적용되고 승진·전보 제한에 걸려 서기관 14명, 사무관 10명이 이 추천제로 보직을 받았다.

 또 김경일(4급) 합천부군수가 공무원 인사를 관장하는 요직인 행정국장 직대에, 부단체장 경험이 없는 강호동(4급) 공보관이 곧바로 농정국장 직대로 가는 등 3, 4급 간부 자리에 4, 5급 12명을 직무대리로 발탁했다. 업무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4급 서기용 친환경에너지과장, 강해룡 의회총무담당관, 최정경 체육지원과장 등 6명은 부단체장으로 나갔다.

 정년이 1년6개월~2년 남은 2급 김정강 김해부시장, 3급 정유권 진주부시장과 김영택 산청엑스포 사무처장은 도정연구관에 배치했다. 보통 정년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보내는 관례를 깬 셈이다. 3, 4급의 도정연구관 파견은 7명이나 된다.

 부하 직원의 부패·비리에 대한 연대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도 있었다. 부하 직원의 도박 등이 적발된 부단체장 1명과 3년 전 ‘짝퉁 거북선’ 사건의 담당과장 1명은 승진 대신 도정연구관, 또는 그 자리에 재발령을 냈다. 요직인 인사과장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인재교육원 교육지원과장으로 전보한 것도 의문이다.

 여성 간부 공무원은 많아졌다. 3급 승진 뒤 교육을 마친 윤성혜씨가 복지보건국장을 맡고, 진말연 여성능력개발센터소장이 법무담당관에 전보되고 청년일자리담당 정회숙 사무관이 여성센터소장 직대로 배치됐다. 이로써 과장급 이상의 여성 간부는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부단체장 발령은 고향을 피하는 원칙이 적용됐지만 거제부시장에는 거제 출신의 서일준(49·부이사관) 청와대 총무1비서관실 인사팀장이 확정됐다. 1987년 거제시에서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그는 7급이던 95년 서울시로 전출했다가 5년 만에 3급에 오르는 초고 승진을 이뤄냈다. 서 부시장은 윤한홍 현 행정부지사와 같은 마산고 출신이어서 ‘발탁설’이 나돌고 있다. 이번 인사로 2, 3급 실·국장의 나이는 기존 56세에서 52세로 젊어졌다.

 한 공무원은 “ 인사에 10여 일이 소요되면서 인사 내용이 사전에 흘러나오는 등 공무원 사이에 말이 많았던 인사였다”고 평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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