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戊□ … □ 속 글자는 지안 제2광개토대왕비 연대 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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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지린성 지안시 마셴촌에서 새로 발견된 고구려비. 기존 광개토대왕비보다 제작 시기가 이를 수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중앙포토]

대사는 수수께끼투성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마셴(麻線)향 마셴촌에서 지난해 7월 발견돼, 올 초 그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지안 고구려비’의 경우도 그렇다.

 무자년(戊子年·388)인가, 무오년(戊午年·418)인가. 이 비속에 ‘戊□’(□는 훼손된 글자)이란 문구가 나온다. 연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무’ 다음에 어떤 한자가 오느냐가 이 비석의 정체를 푸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중국 국가문물국(문화재청에 해당)이 내는 ‘중국문물보’는 비석의 출토를 알리며 이 글자를 확인 불가능하다고 보도했었다. (중앙일보 1월 17일자 2면 )

 우리 고대사의 보고인 광개토대왕비석이 세워진 것은 414년 장수왕 때다. 이 비석의 문구가 무자년이라면 광개토대왕비보다 앞선다. 가장 오래된 고구려비석이 되는 것이다.

 30일 한국외국어대 오바마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이영호) 주최 언론설명회에서 여호규 한국외대 교수는 ‘무자년’설을 제기했다.

 그는 “광개토대왕이 그의 부왕 고국양왕이 무자년에 제정한 율령에 입각해 건립한 수묘비(守墓碑)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건립 시기를 광개토대왕이 재위했을 때로 본 것이다. 여 교수는 “광개토대왕비문 마지막에 수묘제 구절이 나오는데 새로 출토된 지안 고구려비의 수묘제 내용이 더 상세해 광개토대왕비보다 전 단계 표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학회 연구이사 윤용구 박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29일 학회 연구원들이 긴급 토론을 했는데 ‘무자년’과 ‘무오년’ 중 어느 것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현지 조사와 정밀한 탁본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비석에 새겨진 218자 가운데 중국 연구진은 140자만 판독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글자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석이 왕릉을 지키는 ‘수묘비’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모두 10행으로 이뤄진 비문은 고구려의 개국과 왕위 전승을 기술한 서두를 빼고 대개의 본문이 수묘 관련 내용이기 때문이다. 광개토대왕비에는 보이지 않는 ‘제사(祭祀)’라는 글자까지 확인돼 수묘 기능을 더욱 분명히 했다. 중국 측의 분석도 수묘비였다.

 이영호(경북대 교수) 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팀을 만들어 판독 작업을 진행하고 중국학자와 공동연구도 제안할 것”이라며 “4월 13일 지안 고구려비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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