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찾아 3천리|어린 남매가 서울서 충무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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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충무]집나간 엄마아빠를 찾아 맨발로 굼주림을 찾아가며 전국 여러 곳을 헤매던 어린 남매가 27일 충무에까지 이르러 지쳐 쓰러졌다. 서울시 동대문구 창신동(번지미상)에 주소를 둔 금양국민학교 4학년 9반 김선희(12) 양과 동교 2학년 3반에 다니던 김형철(9) 남매는 지난 4월 초순쯤 행방을 감춘 부모를 찾아 집을 나온 후 석달동안 서울·대전·춘천·청주·대구·광주·부산·전주·목포·여수를 거쳐 27일 마지막으로 충무까지 와서 영양실조와 여독에 지쳐 쓰러져 버리고 만 것.
이들 남매는 석달동안 문전걸식으로 주린 배를 달래며 이곳저곳으로 낯선 걸음을 옮겨왔다 하는데 신고 나왔던 신발은 다 해어지고 옷은 때에 절어있었다. 이들의 딱한 처지에 이름모를 아저씨들이 차도 태워주고 옷도 더러 바꿔 입혀 줬다고 어린 남매는 말했다.
이들 남매의 아버지는 4년전까지 대구 남대구서에 근무했다는 김동렬(432) 전직 경위, 어머니는 서울 창신동 소재 「우정다방」을 경영했던 양영숙(36) 여인이라고.
단란했던 이들의 가정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아버지의 실직과 때를 같이하여 일어난 가정불화는 가정파탄을 가져오고 말았다.
지난 3얼 하순 아버지는 『월남에라도 가야겠다』면서 집을 나갔고 엄마는 『새로 조그마한 방이라도 얻겠다』면서 집을 나간 후 영영 소식이 끊겼다는 것. 나이에 비해 숙성해 보이는 선희양은 「텔리비젼」까지 놓고 살았던 행복했던 지난날을 되새기면서 엄마·아빠를 찾아달라고 울먹였다.
이들 남매의 눈물겨운 사연을 들은 충무경찰서 항남파출소 김범주 순경(31)은 이들의 부모가 나타날 때까지 이들을 보호키로 했다.
▲금양국민학교 측의 말=김선희양 자매는 작년에 대구명덕국민학교에서 전학해온 어린이들인데 어머니가 다방을 경영한다는 것 외에는 가정환경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다. 형철군은 약 한달 전부터 결석을 해왔으며 선희양은 약 1주일전에 한번학교에 나온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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