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웨인 왕 감독의 도발적인 영화 '센터 오브 월드'

중앙일보

입력

'조이 럭 클럽'과 '스모크' 등으로 홍콩 출신 할리우드 감독 가운데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웨인 왕이 도발적인 영화 한편을 선보인다.

12월 8일 개봉될 '센터 오브 월드(The Center of the World)'는 미국의 영화등급분류협회(CARA)로부터 NC-17(17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받자 등급신청을 거부한 채 상영돼 화제를 모았다.


닷컴 열풍으로 돈방석에 앉은 리처드(피터 사스가드)는 거리의 커피숍에서 만난 스트립 걸 플로런스(몰리 파커)와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3일 밤을 함께 지내기로 한다. 리처드가 제시한 대가는 1만 달러. 플로런스는 삽입하지 말 것, 입술에 키스하지 말 것, 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라는 조건을 내건다.

첫날 밤 10시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리처드 앞에 관능적인 몸매의 플로런스가 나타난다. 하나씩 옷을 벗고 춤을 추는 플로런스, 그를 바라보며 흥분을 느끼는 리처드, 그러나 규칙을 깨지는 못한다.

이튿날 함께 거리로 나선 둘은 플로런스의 여자친구와 리처드의 사업 파트너를 만나 어울리며 가까워진다. 호텔로 돌아온 리처드는 키스 세례를 퍼붓고 플로런스는 자신의 감정 동요를 눈치채고 고민에 빠진다.

이쯤 되면 서로가 사랑을 느껴 행복한 결합을 이룬다는 결말을 상상하게 마련이지만 플로런스는 직업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넌 나의 몸은 살 수 있지만 감정까지 살 수는 없다"는 그의 대사가 관객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컴퓨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는 남자와 자궁을 `센터 오브 월드'로 여기는 여자는 오늘날 인간상의 표상이며, 둘의 기묘한 시한부 계약 동거는 표피적이고 파편화된 현대사회 남녀관계를 상징한다.

그러나 웨인 왕의 주제의식과 상업적 의도가 충돌했기 때문인지, 디지털적인 설정과 아날로그적 영화문법이 부조화를 이룬 탓인지 이가 잘 맞지 않는 톱니바퀴의 운동을 보는 듯하다.

시간 순서대로 촬영했다는 감독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심리변화 묘사도 매끄럽지 못하다.

홍보기획사도 이 점을 깨달았는지 `하드 코어 러브 스토리'라느니 '감독이 배우들에게 실제 정사를 요구했다'느니 `등급 신청을 거부했다'느니 하는 자극적 홍보문구를 내세워 눈길끌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 이희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