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스크린 '환생'… 신씨네 '드래곤 워리어'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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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의 액션 스타였던 리샤오룽(李小龍.영어명 브루스 리) 이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 1973년 '사망유희(死亡遺戱) '를 준비하다가 서른셋의 이른 나이에 급사했던 리샤오룽이 스크린에 복귀한다.

컴퓨터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올 여름 '엽기적인 그녀'로 돌풍을 일으켰던 신씨네의 신철(45) 대표가 필생의 작품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사망한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대표는 리샤오룽을 한국영화가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통하는 스타 감독.배우가 없는 국내 상황에서 선택한 승부수라는 것. 하기에 따라 리샤오롱이 '한국배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제의 작품은 '드래곤 워리어'(가제) . 2003~2004년 개봉을 목표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시나리오를 공동 개발하고, 할리우드에서 마무리할 계획. 전세계를 겨냥한 작품인 만큼 영어로 제작된다.

감독.배우도 주로 할리우드에서 선발하며 그들의 지명도에 따라 제작 규모(약 4천만~7천만달러) 가 달라진다.

'드래곤 워리어'는 디지털 기술로 재창조된 사이버 배우 리샤오룽과 실제 연기자의 모습을 합성해 만들어진다.리샤오룽을 연기할 대역 배우의 전신에 센서를 달고, 이 센서를 통해 전송된 각종 정보를 대용량 컴퓨터로 조합해 리샤오룽을 부활시키는 한편 그의 맞상대로 실제 배우가 출연하는 형식이다.


사이버 배우는 올 여름에 선보였던 '파이널 판타지'등에서 시도됐던 방식. 전문용어론 모션 캡처(몸동작 재현) , 페이셜 트래킹(얼굴 표정 재현) 으로 불린다. 영화의 성패는 결국 이 과정을 얼마나 정교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대표는 "'파이널 판타지'에 쓰인 기술은 3~4년 전의 것"이라며 "디지털 기술이 급진전한 까닭에 이번엔 가상과 실제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파이널 판타지'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땀방울과 피부의 기름기까지 살려내 생명력 있는 인물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일본의 컴퓨터 그래픽 전문회사인 VSL에서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신대표는 한국과 리샤오룽의 각별한 인연도 강조했다. 마지막 작품인 '사망유희'의 배경이 한국이며, 또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그를 미국 영화계에 소개한 사람도 한국인 태권도 사범 이준구씨라는 것.

신대표는 "지난 4년간 이소룡의 유족(아내와 딸) 을 집요하게 설득해 외국회사 너댓 곳을 제치고 초상권을 따냈다"며 "유족들도 이같은 특수성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비는 일단 일본.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조달할 예정.

신대표는 "관계자들과 얘기가 잘 되고 있어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영국.오스트리아.뉴질랜드 등에서 배급권 구입을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승호.허장강 등 우리 옛 스타들도 복원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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