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게걸음 … 해외 주식으로 눈 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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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금융회사 간부 K씨(37)는 지난달부터 중국 주식을 직접 사고팔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매매 서비스’를 통해서다. “국내 주식은 매력이 떨어졌는데 중국은 유망할 것 같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데 착안해 태양광 주식을 샀다. K씨는 “단기간에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며 “외국 주식을 더 많이 사고 싶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A사는 이달 초 유진투자증권으로부터 “일본이 좋아 보인다”는 권유를 받았다. 유진투자증권과 제휴한 일본 아이자와증권 추천에 따라 현지 은행과 부동산 개발업체 주식을 샀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 유진투자증권 성승환 국제영업팀장은 “최근에는 다른 투자자들에게서도 일본 주식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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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2년 국내 최초로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리딩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24일까지 이 회사를 통한 해외주식 총 거래액은 지난해 1월 전체보다 383% 늘었다. 지난해 12월보다도 98%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건 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해서다. 올 들어 28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9%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5.9% 상승), 일본 닛케이지수(4.1%), 중국 상하이지수(3.4%)가 모두 올랐는데 코스피만 ‘나 홀로 하락’했다.

 국내 시장 전망 또한 그다지 밝지 않다. 대형 펀드운용사인 미국 뱅가드 그룹이 올 상반기에 한국 주식 9조원어치를 정리할 예정이다. 국내 수출주를 괴롭힐 일본 엔화 약세 이슈도 있다. 대체로 상반기엔 지수가 게걸음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면 일본·중국에서는 대형주들이 확확 오르고 있다. 일본 소니 주가는 지난해 말 958엔에서 28일 1407엔으로 47% 뛰었다. 이 정도면 환차손이 문제가 아니다. 원화로 따져도 39% 상승했다. 일본 마쓰다자동차는 올 들어 33%, 중국 창청(長城)자동차는 28% 올랐다. 투자자들의 귀가 솔깃할 성적이다.

 개인 큰손들도 해외주식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 조지연 과장은 “중국·일본 주식 쪽으로 억대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여기엔 절세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식 거래 차익에는 양도소득세 등 22% 세금이 붙지만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큰손들이 “정기예금에 넣어뒀다가 세금 왕창 내는 것보다 일부를 떼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고 여긴다는 설명이다.

 현재 해외주식 거래는 리딩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 등 15개 증권사를 통해 할 수 있다. 증권사별로 적게는 미국·중국(홍콩 포함) 2개국에서 많게는 30여 개국까지 서비스한다. 수수료는 많이 뗀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오프라인 주문은 거래액의 0.5%, 온라인은 0.3% 안팎이 보통이다. 또 매매를 현지 통화로 해야 해 환전수수료가 덧붙는다.

 리딩투자증권 육정근 글로벌팀장은 “해외주식 매매를 할 때는 무엇보다 환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파는 시점의 환율 변동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미국 주식의 경우 낮과 밤이 바뀌는 시차까지 겹쳐 주문을 낸 4일 뒤에 결제가 되는 게 보통이다. 이때 환율은 결제 당일의 수치를 적용한다. 그 때문에 주문을 낸 뒤 4일간의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금액과 수익이 상당 폭 달라질 수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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