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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 결국 경제위기로] 빚내서 빚갚기 그 다음은…

중앙일보

입력

평상시 재정적자는 국채를 발행해 메운다. 그러나 적자누적으로 쌓이게 된 국채를 갚기 위해 새로운 국채를 발행(차환발행)하면서 상환연장을 꾀하게 된다. 이미 이때부터 재정적자 문제는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다음 단계에는 국채에 대한 이자까지 새로운 국채로 갚게 되고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해 적자를 메우기도 한다.

그러나 국채를 계속 갚지 않으면 이런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문제가 극도로 심해져, 새로운 국채나 중앙은행 대출로는 국채 상환이 불가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재정위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되면 정부로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대응은 민간에서 소화되지 않는 국채를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인수케 강제하는 것이다. 통화증발에 의한 물가급등의 위험을 안고서다.

또 정부가 국내 채권자에게 직접 이자를 낮추고 빚을 연장(채무재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국내 국채 보유기관에 만기를 3년 연장하고 이자를 24%에서 7%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나라 안에서는 금융시장의 혼란과 물가폭등이 동시에 찾아올 수 있다. 국채 때문에 찍어낸 돈이 급증해 물가심리가 극도로 불안해지고, 채권시장을 범람한 국채로 금리가 폭등하기 때문이다.

치솟는 금리에 민간의 자금 구하기가 힘들어지다가 종국에는 회사채 거래마저 사실상 정지된다.

금리가 폭등하고, 재정위기를 겁낸 자금이 급속하게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폭락하게 된다. 주식.채권시장 등 금융권 전체가 마비된다.

나라 밖에서도 외국의 평가기관이나 투자자가 이 지경의 경제를 보고 가만있을 리 없다. 국가신인도가 추락해 아무리 가산금리를 높여도 국채가 소화되지 않는다.

자금의 해외유출로 환율이 치솟는다. 경제가 단시일 내에 안정을 되찾지 못하면 외환보유액의 출혈로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9백원 대의 환율이 2천원대로 급등하고, 불과 수개월 사이에 외환보유액이 바닥났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받고, 그것으로 모자라 해외의 주채권기관과 국채상환 재조정 협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대응을 미루다 보면 재정위기가 '경제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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