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우한서 본 중국 고속성장의 그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한을 보면 중국경제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요령'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중국의 급속 성장의 그늘에 숨은 진짜 실력을 알게 해주는 세가지 사례다.

①등잔 밑이 어둡다=후베이(湖北)성은 세계 최대의 싼샤(三峽)댐을 비롯해 수많은 댐을 품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수력발전기지다. 그런데도 이 성의 성도(省都) 우한은 밤이 되면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암흑천지가 된다.

동부 연안까지 전력을 나눠주면서 정작 우한의 시가지는 깜깜한 까닭은 뭘까. 후베이성정부 쉬핑(許平)외사처장은 "가로등도 부족하지만 변압기가 낡아 전력이 남아 돌아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변압기 제조회사가 이곳에 생산기지를 설립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②첨단 없는 첨단박람회=우한시는 지난 9월말 첨단기업을 유치한다며 제2회 국제전기기계박람회를 열었다. 온 도시의 고적대와 사자놀이패.무용단을 다 동원해 떠뜰썩한 행사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속은 빈 강정이었다.

첨단이라며 전시된 제품은 기껏 한국의 '포니2'와 비슷한 신룽(神神)자동차의 푸캉(富康)과 완퉁(萬通)이 출품한 현대자동차 '그레이스' 구형 모델이 고작이었다.

한국에선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첨단기기로 소개되기도 했다. 서부대개발의 첨단병참기지를 꿈꾸며 달음박질하는 우한이지만 철강과 광통신을 빼면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③질보다는 양인 중국 철강산업=1996년 1억t 생산고지를 넘어서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조강(粗鋼)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이후 단 한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고급 철강제품인 강판이나 강관은 아직도 한국.일본에서 소비량의 절반을 수입해와야 할 정도로 기술력이 떨어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