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끼고사는 TV 알고나 봅시다

중앙일보

입력

저자는 지난 17년간 TV문화권력의 핵심부에서 일한 경력을 내공으로 삼아 최근에 방영했거나 방영 중인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평이나 비판이란 단어보다 이야기란 말이 적당한 이유는 그의 글이 평균적 교양인의 상식과, TV도 순기능을 할 수 있다는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하수구, 욕망의 배출구라며 짐짓 TV를 무시하다가도 태조왕건과 문정왕후 앞에서 입을 헤벌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어제 본 TV프로그램에 대해 얘기좀 합시다"하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야기를 건네는 대상은 세 부류인데 첫째 제작진, 둘째 시청자, 셋째 시청자 단체다. 이 셋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룰 때, 즉 TV의 삼권분립이 이뤄질 때 TV는 사람들에게 시민의식과 아름다운 서정성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오락프로에서 유행인 개인기 보여주기가 타인에 대한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코미디의 본령은 권력에 대한 야유"며 "흉내내는 사람은 인기를 얻고 그 대상이 된 사람은 그만큼의 혐오감을 얻는 것은 부당하다. 제로섬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추구해야 진정한 엔터테이너다"라고 하는 식이다.

트랜스젠더 연예인으로 단박에 스타가 된 하리수에게는 "재능과 열정을 아껴서 써라, 그리고 TV를 너무 믿지 말라!"고 충고한다.

TV는 링거 주사액처럼 한 방울씩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오기에 내 의식 속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다.그래서 TV는 충성과 복종을 요구한다.

이렇듯 청소년에게 미치는 TV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TV읽기' 교육은 조선시대 명심보감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TV가 바뀌어야 하는 건 말할 나위 없지만 TV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많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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