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 불 대통령의 소련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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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제 20일부터 시작된 「드·골」 불 대통령의 소련방문은 전후 국제정치사에서 또하나의 중대전기를 마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전세계의 심심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원폭점유기가 미·소 핵군비경쟁기로 바뀌어지고 다시 초핵무기대립에서 양대국간의 군비경쟁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어 전면전의 불가능성이 두드러지게 되면서 미·소 양국간에는 새로운 완화기운이 점차 농후해져갔다. 지난 20년간에 걸친 이러한 미·소 관계의 변질은 얼어붙었던 구주에서의 동서대립관계에 해동기를 초치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지난번의 「나토」각료이사회가 겪은 시련과 아울러, 동구의 「바르샤바」 조약기구에서도 「루마니아」가 앞장선 균열 징후로서 그것이 표면화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환언하면 전후 20년에 긍한 미·소 양대국의 대립되는 지배체제가 붕괴단계에 접어든 배경과 토대위에서 「드·골」 불 대통령은 미·소의 단독적 지배·영도를 벗어난 새로운 구주세력의 출현이라는 연래의 숙원을 이번의 소련방문에서 구체화시키려는 하나의 발판을 모색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드·골」 불 대통령을 맞는 소련측의 전례없는 열광적 환영을 보아 소련 역시 「프랑스」에 못지않게 「드·골」 대통령의 대구주주의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의 일치점을 갖는게 분명하니, 이는 비단 구주대륙으로부터 미국의 주도적인 지배력을 거세하겠다는 점에서 뿐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프랑스」와 「러시아」 두 나라가 독·불 관계를 거점으로 해서 견지해오던 이해관계의 긴밀한 연관성으로도 규지될 수 있다. 「드·골」 대통령 자신이 「크렘린」에서의 환영연설에서 강조하였듯이 노·불 양국은 『…「나폴레옹」 시대에나 「크리미아」 전쟁때에도 서로 갈라서지』를 못하였을 뿐아니라, 「비스마르크」 퇴임후로는 노·불 동맹이 중축이 되어 독일측의 3국 동맹에 대항하는 3국협상체제를 형성했었고, 이 양동맹국의 대립과 항쟁이 드디어는 제1차세계대전의 배경을 이루었으며, 제2차대전때에도 「나찌」독일 침략아래 불·소 불가침조약이 양국간의 대독관계로 미루어 불가피한 귀결이었음은 이 계제에 다시 상기해야될 문제점인 줄 안다.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라는 이념대립의 시대가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늘의 구주국제정치는 한마디로 말해서 「나폴레옹」 전쟁후의 이른바 구주협조시대의 재래를 방불케 한다고 말해서 큰 잘못이 아닌듯 싶다. 이러한 낡은 「힘」의 관계가 다시 구주국제정치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데에는 불가피한 노릇이기는 하였으되 전후의 미국정책이 서독부흥 재무장에 치중하였던데서 연유된 것이 사실이니 오히려 처음부터 「프랑스」를 대대적으로 육성함으로써, 또한 그러한 체제내에다 서독의 위치를 고정시킴으로써 대공산방위체제를 구축하였더니만 못한 결과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전후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부흥과 재무장으로써 중공을 견제, 봉쇄하려는데에 역점을 두었던 정책과정을 되씹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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