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뒤흔든' 페넬로페 크루즈의 남성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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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의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할리우드를 쥐고 흔들고 있다. 연이어 화제작에 캐스팅되는가 하면 할리우드 잉꼬 커플들의 결별 배후에도 그녀가 있다. 페넬로페에게는 어떤 인력이 숨어 있는 것일까?


맷 데이먼, 니콜라스 케이지, 톰 크루즈의 공통점은 한 여배우와 공연한 후 연인 또는 아내와 결별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그 여배우는 페넬로페 크루즈다. 그녀는 맷 데이먼과 〈올 프리티 호스〉, 니콜라스 케이지와 〈코렐리의 만돌린〉, 톰 크루즈와 〈바닐라 스카이〉를 공연했고 이후 세 남자의 이혼·결별 사건에 주범(?)이 됐다. 위노나 라이더, 파트리샤 아퀘트, 니콜 키드먼. 이들의 공동의 적이 된 셈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연사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어디 한두 번 있는 스캔들인가. 그런데 최고의 남자 배우들이, 그것도 소문난 잉꼬 커플들의 사랑이 깨지는데 유독 그녀의 이름이 걸리는 데는 궁금증이 인다. 그녀가 사랑의 묘약이라도 마신 걸까?


페넬로페 크루즈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태어났다. 162㎝의 아담한 키(할리우드에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톰 크루즈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소문도 있다. 톰 크루즈의 키는 전 부인인 니콜 키드먼보다 4㎝가 작은 174㎝)에, 태양의 나라의 혜택을 담뿍 받은 까무잡잡한 피부, 여느 라틴계 배우들이 가지지 못한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소유한 이 여배우는 스크린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이미 관능의 화신이었다.

1992년에 개봉한 스페인 영화 〈하몽하몽〉이 그녀의 데뷔작. 발음부터가 묘한 이 영화는 창녀의 조카인 실비아(페넬로페 크루즈)를 둘러싼 치정극이다. 페넬로페는 이 영화로 17세의 나이에 섹스 심벌로 떠올랐다. 만약 알모도바르 감독이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페넬로페는 스페인의 섹스 심벌로서 마침표를 찍었을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감독 알모도바르는 〈하몽하몽〉 스크린상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일찌감치 페넬로페 안에 내재된 관능미와 비극적인 우아함, 미국의 패션 왕국 랄프 로렌의 광고 모델로 낙점된 상업적 가치를 간파한 셈이다.

알모도바르 감독과의 인연을 설명하는 것은 그가 연출한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 출연하면서 페넬로페가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복장 도착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수녀 ‘로사’ 역이었다. 정체성을 잃은 복장 도착자에 대한 로사의 숭고한 사랑을 잘 표현해 낸 그녀의 연기력을 할리우드가 본 것이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그해 깐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2000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영화’에 꼽혔다. 페넬로페는 그 후광과 더불어 전세계 영화 비평란에 그녀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 이전에 할리우드와 작업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꿈 속의 대화〉, 〈하이 로 컨츄리〉 등. 여하간 페넬로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맨땅에 헤딩하듯 건너갔던 할리우드로부터 적극적인 콜을 받을 수 있었고, 이때부터 그녀의 남성 편력(?)도 막을 올린다. 〈올 더 프리티 호시즈〉, 〈코렐리의 만돌린〉, 〈바닐라 스카이〉로 이어지는.

이쯤에서 페넬로페의 진심을 묻는다면? 그녀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저 친구일 뿐이라고. 스캔들의 공범으로 꼽히고 있는 남자 배우들과는 모두 영화에서 연인으로 출연했고, 현장에서 파트너끼리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것은 스태프들과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글쎄, 이것은 전적으로 스캔들의 당사자인 그녀의 말이니까 믿거나 말거나다.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는 있지만 개인적인 문제라 그녀가 거짓말을 하든 안 하든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어떤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 흥미로울 뿐이다. 질문은 남자에게 먼저 대시하는 편인가, 였는데 페넬로페의 대답은 “한 번도 먼저 대시한 적은 없었다”였다(그녀는 스페인에서도 세 명의 문화 인물과 꽤 진한 사랑을 했었다고 한다). 왠지 묘한 뉘앙스가 느껴지면서 재미있는 상상이 간다. 아름다운 꽃에 알아서 나비들이 꼬인다, 뭐 이런 식의 상상.


크루즈와 크루즈의 로맨스는 현재 진행형이다. 요즘도 미국 연예 잡지들은 톰 크루즈가 적극적으로 청혼을 했다는 기사를 내고 있고, 이들이 함께 공연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됐다는 문제의 영화 〈바닐라 스카이〉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

〈바닐라 스카이〉는 스페인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오픈 유어 아이즈〉를 카메론 크로우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가상 현실을 소재로 꿈과 현실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가 흥미로운 영화다.

데이빗(톰 크루즈)은 타고난 매력과 든든한 재력으로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남자다. 그에게는 연인인 줄리(카메론 디아즈)가 있지만 우연히 친구의 애인인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를 본 후 사랑에 빠진다. 질투에 사로잡힌 줄리는 데이빗을 차에 태워 동반 자살을 시도한다. 얼굴에 큰 손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의식을 차린 데이빗은 소피아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때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줄리가 나타나 자신이 소피아라고 주장한다.

영화는 시간을 뫼비우스의 띠에 가둬놓고 현란하게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오간다. 스타들의 로맨스 영화로 알고 보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대신 줄기만 잘 좇아가면 전작이 스페인 최고의 흥행을 올린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페넬로페와 톰 크루즈의 로맨스는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분위기를 본 후 진실 여부를 가려도 늦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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