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연임 도장 받은 서울보증보험 박해춘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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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춘(朴海春.53) 서울보증보험 사장이 23일 주주총회에서 연임됐다. 사실상 부실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던 이 회사를 회생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朴사장은 주총이 끝난 뒤 "2003년부터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노조 위원장을 만나보니 구조조정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던데.

"대한ㆍ한국보증보험을 합쳐 서울보증을 설립한 뒤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인원을 줄이고 임금도 40% 깎았다. 그런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회사가 살 수 있었다. 그동안 직원이 고생을 많이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까진 대우.삼성차 및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회사채 문제를 처리하느라 내부 문제는 제대로 손대지 못했다. 앞으로 1~2년 더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동안 10조2천5백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 언제쯤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부실의 원인이었던 회사채 보증 잔액을 대폭 줄인 덕분에 경영상태가 많이 좋아졌다.2003년에 흑자로 돌아서고 그 다음해에는 지급여력이 1백%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첫 3년 임기에선 구조조정에 주력했지만 두번째 임기의 경영 방침은 달라져야 할텐데.

"앞으로 개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보증기관으로 변신하도록 하겠다. 대기업은 자체 신용으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개인과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삼성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던데.

"그동안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삼성측이 1999년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강제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안에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삼성자동차에 보증을 섰다가 대신 물어준 돈 6천6백여억원을 삼성그룹에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은 99년 6월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2000년 말까지 모든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채권단과 합의했는데 당시 합의의 법적 효력에 문제가 있다며 아직 갚지 않고 있다.공교롭게도 朴사장은 삼성화재에서 23년 동안 근무하다 1998년 11월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발탁됐다.

1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그는 지난해 3월 모 손해보험회사로부터 10억원대의 연봉을 제시하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해 화제가 됐었다.

글=차진용 기자.사진=강정현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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