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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버리자니 아깝고 … 정든 가구 '봄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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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거 버릴까, 말까." 봄철 이사를 준비 중인 집의 공통된 고민거리일 것이다. 부피가 작고 값이 싼 물건이라면 간단히 버리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된 가구의 경우는 역시 망설이게 된다. 손때가 묻어 버리긴 아깝고, 가져가자니 새 집과 어울릴 것 같지 않고…. 이럴 땐 버리고 새 것을 사기보다는 확 뜯어고치거나 용도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오래된 가구도 잘만 하면 눈에 거슬리는 '퇴물'이 아니라 눈에 톡톡 튀며 집안 분위기를 살려주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1) 뒤주 → 와인셀러

오래돼 나무 사이의 틈이 갈라져 더 이상 곡식을 저장할 수 없게 된 뒤주. 어디에 둘까 고심하다 저장 기능이 와인셀러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쓰임새를 바꿨다. 목제 와인랙을 뒤주 안에 넣고 여기에 와인을 꽂았다(사진②). 뒤주는 공간이 깊고 넓을 뿐 아니라 햇볕을 차단하고 통풍이 잘 된다. 현대적 분위기의 주방에서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금속성 싱크대나 조리기구의 차가움을 보완해 주는 장식효과를 낸다.(경기도 안양 허정씨)

(2) 자개 장식장 → 화장대

엄마가 쓰시던 자개장은 몇 차례의 이사를 거치는 통에 상처나고 닳아 결국 창고 속에 잠자고 있었던 것.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큐브 디자인으로 내부에 작은 선반과 서랍이 많아 화장품 수납에 적합하다. 어두운 벽 색깔에 낡은 듯 반짝거리는 자개의 느낌이 잘 어우러져 새로운 공간효과가 연출됐다(사진①). 요즘 뜬다는 '정크 스타일'인테리어에 딱 맞는 분위기다. '정크'란 폐물 또는 쓰레기라는 뜻. 손때 묻고 낡은 가구, 녹슬거나 오래된 듯한 소품 등으로 꾸미는 인테리어 스타일을 말한다. (패션&뷰티 잡지 '슈어' 배정연 기자)

(3) 반닫이 → 티테이블

세로로 긴 반닫이. 거실이 좁고 긴 탓에 소파 앞에 놓을 적당한 티테이블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걸로 고민이 해결됐다(사진③). 폭이 좁기 때문에 거실이 좁아 보이지 않는 게 최대의 장점. 오래 쓰지 않는 물건이나 깨지기 쉬운 도자기 등을 보관하는 데 쓰고 있다. (서울 목동 하해선씨)

# 찬장 → 고풍스러운 수납장

아주 오래전 할머니께서 부엌에 놓고 쓰시던 찬장. 오랫동안 창고에 넣어두어 먼지가 많이 앉기는 했지만 골조와 선반, 문짝이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질감이 좋다. 먼지를 닦아내니 손때 묻은 자국이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손때로 반질반질해진 나뭇결이 가려지지 않도록 노란색 페인트로 얇게 칠해 색감을 더했더니 어느 고가구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멋진 수납장이 됐다. 아담해 집 안 어느 곳에 둬도 부담이 없고, 가벼워 옮기기도 좋다.

# 원목 거실장 → 그릇장

'쉐비시크(shabby-chic)'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낡은(shabby)'과 '세련된(chic)'이 결합된 말이다. 벗겨진 칠과 긁힌 흔적에서 멋을 찾는다는 의미. 낡은 가구를 조금만 손보면 훌륭한 쉐비시크 가구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거실에서 은퇴해 베란다로 밀려나 있던 짙은 원목장이 대표적 사례. 목재용 유성 페인트를 여러 번 칠한 다음 사포로 가구 모서리를 벗겨 낡은 듯한 느낌을 냈다. 유리문짝을 떼어내고 벌집 모양의 철망을 달아 마무리했다. 지금은 그릇장으로 현역 복귀했다. (이상 스타일리스트 민송이, 민들레 자매)

김자은 기자(레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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