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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한잔에 1200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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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년전 5·16때 「코피」 한 잔이 얼마였느냐란 문제를 놓고 서너사람이 머리를 짜봤다. 1백환, 1백50환, 2백환 등 이론만 분분하고 끝내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코피」값은 화폐개혁을 거치고 4년을 허덕여오는 동안에 옛날 돈으로 3백환, 3백50환, 4백환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물가무상의 감회도 깊거니와, 소비자의 건망증도 어지간하다. 「환」이 「원」으로 고쳐진지 4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파 한단, 쇠고기 한근값을 옛날 단위로 고쳐서 셈 해보고 한숨짓는 것은 여염집 아낙네만의 고질이 아니다. 「오린지·주스」 한잔에 1백20원을 받는다는 화성식 다방얘기가 나오면 소심한 고객들은 누구나 옛돈으로 고쳐 생각해본다. 빛좋은 개살구식 「컵」에다 씁슬한 노란 물을 담아서 대금 1천2백환을 받는다는 것이다. 모르긴 하지만, 「코피」 한잔에 1백50환할 때 「오린지」고 「파인」이고 간에 「주스」 한잔값이 3백환을 넘었을리 없다. 물수건 값, 의자값, 「레지」의 얼굴값, 냉방값, 값이란 값을 모조리 다 친대도 그네 갑절이 되는 1천2백환을 받아 먹을 수 있느냐.
재료가 외래품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면, 특정외래품 단속이란 방망이는 어디서 낮잠을 자고 있는가. 다방이란 것이 어차피 비생산적인 붕어족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것이니, 협정가격이니 뭐니하고 묶어놓지 말고, 재주껏 올려 받도록 해도 무방하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방은 부인할 수 없는 사회적 수요를 채워주는, 현실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다음 오늘날의 도시생활에서 생활필수품과 사치품과를 엄격히 구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사치성 소비물가가 생활필수품의 물가상승을 선도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택시」요금이 오르면, 「버스」요금이 덩달아 오르게 마련이다.
1백20원씩 내고 「주스」를 마시는 붕어들이 미쳤지, 장사꾼이야 무슨 잘못이냐 하고, 젊잖게 처신하다 보면, 목욕값이 오르고 콩나물값이 오른다. 생래의 건망증 덕택에 옛일은 잊혀지고 다시 「주스」값이 오르고, 목욕값이 또 오르고 콩나물값도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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