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진상을 계속 추궁|박 의원 테러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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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의원 피습사건의 범인으로 경찰에서 구속한 임석화(31)의 진범여부를 직접 수사하게된 서울지검 정창훈검사는 17일 하오6시3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3시간에 걸친 임석화 김백두 양광식씨와의 대질심문을 끝내고 임이 거짓 범인이란 자백을 받고 18일 계속 그 진상추궁에 나섰다. 정 검사는 17일 밤의 심문결과를 18일 검사장에게 보고하고 그 지휘에 따라 관계자의 심문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심문>
이날 밤 정 검사는 임이 거짓범인이라고 폭로한 김백두·양광식씨 등 두 사람을 먼저 소환, 「임이 거짓범인 이라는 주장」을 듣고 이날 구속 송치된 임을 불러 3자대질 심문을 시작했다. 빡빡 깎은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쓴 임석화는 초췌한 얼굴에 피로한 모습으로 서울지검 16호 검사실로 들어섰다. 노란색 여름 「잠바」에 작업복바지를 입은 김백두씨와 낡은 남방「샤쓰」와 「슬리퍼」를 신은 양광식씨는 모두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정 검사의 추궁에 『임석화는 틀림없는 거짓 범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백두·양광식 두 사람이 들어서자 임석화는 「모르는 체하라」는 듯이 눈을 껌벅 하고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임석화는 처음 『내가 틀림없는 범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양심대로 말하라』는 정 검사의 말에 자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김백두·양광식씨가 『우리는 형제같이 친한 사이인데 무엇 때문에 거짓범인으로 고생을 하느냐. 정의를 위해서 사실대로 말하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자 이때부터 임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때 검찰은 임의 자백을 증거로 만들기 위해 녹음기를 가져와 임의 자백 내용을 담았는데 임은 『형제같이 친한 장재원(우제인형사의 정보원)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고 이미 타락해버린 신세를 생각해서 거짓범인 행세를 하게되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때부터 사건은 뒤집히기 시작했다.
임석화와 김백두·양광식 세 사람을 데리고 왔던 종로서 김흥길 수사계장은 서울지검 별관 3층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이들의 대질심문이 끝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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