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이 튀어야 '뜬다'?

중앙일보

입력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피도 눈물도 없이'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해적왕, 디스코왕이 되다' `라이터를 켜라' `울랄라 시스터즈' `나는 탐정과 사랑에 빠졌다'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날 보러와요' `생활의 발견' `지구를 지켜라' `질투는 나의 힘' `정글쥬스'... 내년 상반기에 개봉을 앞두거나 현재 기획ㆍ제작 중인 영화들의 제목이다.

최근 들어 `이색' 제목이 붙은 한국 영화가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목만 봐서는 장르나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 특징.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장선우 감독)은 라이터를 파는 `성소'를 구하기 위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게이머들의 이야기인 SF액션. 도발적인 제목의'결혼은 미친 짓이다'(유하)는 결혼에 관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투견장을 무대로 건달 세계의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느와르 '피도눈물도 없이'(류승완)나 박제현 감독의 '울랄라 씨스터즈'도 튀는 제목 중에 하나. '울랄라…'는 나이트 클럽을 지키기 위해 댄스 그룹 `울랄라 시스터즈'로 변신하는 여성 4인조의 활약을 담은 코믹 영화로, 이미숙, 김원희, 김민 등이 출연한다.

가수 방미의 노래를 연상시키는'날 보러와요'는 제목만 봐서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란 섬뜩한 소재로 다뤘다는 것이 짐작도 되지 않는다.

이런 제목도 있다. '나는 탐정과 사랑에 빠졌다'(박규태). 언뜻 형사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로맨틱 코미디. 죽으려고 하는 한 여자와 이를 말리려는 탐정 간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지구를 지켜라'(장준환)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한 청년이 벌이는 납치사건을, 양동근 주연의'해적왕, 디스코왕이 되다'(김동원)는 첫 눈에 반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디스코 왕'에 도전하는 싸움꾼이 소재다.

변영주 감독의'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남편의 외도로 정신적 공황에 빠진 여자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과정을, 뭔가 철학적인 내용이 들어있을 법한'생활의 발견'(홍상수)은 한 남자와 두 남자의 짧은 연애담을 그렸다.

사창가를 배경으로 두 명의 `양아치'가 우연히 마약을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정글쥬스'(조민호)에서 제목 `정글쥬스'는 환각제의 일종이라고. 싸이더스의 배윤희 과정은 "최근 멜로나 코미디, 스릴러 등을 혼합한 장르의 영화가 늘면서 작품의 소재나 아이템을 이용한 이색 제목을 짓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연합) 조재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