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즌결산 (2) 텍사스 레인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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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4위. 방어율 30위. 팀 순위 21위.

스토브리그동안 알렉스 로드리게스·켄 케미니티(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안드레스 갈라라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랜디 벌라디(뉴욕 양키스)를 싹쓸이 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꿨던 팀의 성적치고는 처참했다.

몇 년간 팀을 이끌던 자니 오츠 감독은 사임의 형식을 빌려 해임됐고 단장인 덕 멜빈도 시즌이 끝나자 옷을 벗어야 했다.

애초부터 헛된 꿈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투수력 보강없는 레인저스를 우승후보에서 멀찌감치 제쳐놨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증거로 제시했다.

꿈이 깨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4월 한 달동안 11승 14패를 기록하며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방어율은 무려 6점대가 넘었으며 지역 일간지인 달라스모닝뉴스는 연일 레인저스의 패배를 대서특필했다. 4월의 징크스를 갖고 있는 레인저스로서는 불안한 출발이였다. 지난 29년간 4월 성적은 한 시즌을 대변하는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최종성적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레인저스가 꿈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투수력의 부침과 더불어 믿었던 타격이 터져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이반 로드리게스·라파엘 팔메이로와 더불어 연쇄반응을 기대했던 갈라라가와 케미니티가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올스타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케미니티는 알코올 중독의 모습으로 팀을 떠나길 자청했고 갈라라가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됐다. 로드리게스의 영입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구단주 탐 힉스는 팬들과 언론의 풍선껌이 됐고 팀의 처지도 다를 바 없었다.

얻은 것도 있다. 지난해 망가졌던 제프 짐머맨이 4승 4패 28세이브 방어율 2.40을 기록하며 팀의 뒷문을 완벽히 막았고 덕 데이비스가 처음으로 10승투수 반열에 올랐다. 많은 연봉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던 로드리게스는 유격수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비난을 잠재웠고 프랭크 카탈라노토와 게이브 케플러는 작년의 활약이 '반짝'이 아니였음을 입증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의 성장도 눈여겨 볼 만한 일이다.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는 조바니 세데뇨(선발투수)의 어깨수술 소식은 안타깝지만 마이클 영(2루수)과 카를로스 페냐(1루수)·행크 블레이락은 2002시즌과 더불어 그 이후까지 레인저스를 희망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월에 있었던 전미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는 대학야구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는 조지아공대의 마크 테익세이라를 영입해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일궜다.

이번시즌 들어 레인저스가 가장 잘한일은 실패를 파악하고 발빠르게 정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케미니티·갈라라가·벌라디를 비롯해서 감독까지 물갈이 한 레인저스는 월드시리즈가 끝난 직후 방송 아나운서까지 새롭게 기용하며 내년시즌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모든 정비는 끝났고 한 가지 남은 문제는 늘 그래왔듯이 팀을 이끌 에이스의 부재다. FA 선발투수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박찬호의 영입은 레인저스 로서는 더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 대출을 받을만큼 이번 FA선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힉스가 전면에 나선다면 박찬호의 영입가능성이 가장 큰 팀이다.

새로운 출항을 기다리는 레인저스호는 뱃 머리에 샴페인을 깨뜨릴 귀빈(에이스)을 구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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