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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녹색성장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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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양수길
전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이 설치했던 대통령자문 녹색성장위원회가 없어지는 모양이다. 모처럼 구축한 녹색성장체제가 허물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21세기 인류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환경을 살리는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가 희생될 것이 두려워 “네가 먼저 하라”고 뒷걸음질쳐 왔다. 그런데 4년 반 전에 이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보호를 통해 오히려 경제를 살릴 수 있으니 “우리 한국인이 먼저 해보자”고 선언했다.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석탄·석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이 기술을 개발·보급해 나가면 경제도 살고 기후와 환경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제창하고 솔선 시범하는 녹색성장전략이었다.

 녹색성장을 일으키려면 기후·에너지·기술·산업·자원·농림축산·국토·도시·지방·해양·경제·정보통신·금융·중소기업·고용·생활문화·교육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 기업들, 지방정부 및 시민사회 등 국가의 여러 부문 상호 간 긴밀한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이처럼 복잡하고 중요한 범국가적 협력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 및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쟁점과 대책을 토론, 협의하는 녹색성장위원회가 그 해답이었다. 지난 4년간 이러한 본회의만도 21차례 개최했다.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녹색성장을 위한 유기적인 범국가적 협력생태계가 구축되고 발전됐다는 점에서 녹색성장 1.0은 그래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국제적으로 그 성과는 크다. 녹색성장은 정상 외교의 한류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인류 최대의 위기 문제에 대해 신선한 해법을 제시한 대한민국을 존경스럽게 바라본다.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솔선하는 대한민국을 글로벌 리더의 하나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가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인천 송도에 준 것도 그 덕이다. 녹색성장은 유럽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중국, 그리고 심지어 북한과의 협력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녹색성장은 장기 전략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를 지났다. 그간 논란도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실적을 평가해 개선 보완하며 녹색성장 2.0을 열어야 한다. 녹색성장은 국가를 살리고 인류 번영에도 기여하자는 21세기형 새마을운동이다. 대통령이 최고 지휘자가 돼야 한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없앤다면 그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양수길 전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