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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에 외국인 교사들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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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태국·러시아에서 온 영어교사들이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영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과 달리 ‘영어를 재미있게 잘 가르치는 방법’을 배운다. [사진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지난 10일 오후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내 할리우드반.

 러시아·태국·일본의 영어교사와 한국인 영어교사 등 24명이 4개 조로 나눠 동전 던지기 게임을 통해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이들 앞에는 질문지가 놓여 있다. 주제는 ‘교실 문화(Classroom culture)’. 보드게임처럼 동전을 던져 앞·뒤 칸으로 이동한 뒤 나온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일본 아오모리현 소재 중학교 교사 다이마 노부히토(47)에겐 “What do I wear when teaching? Why?(나는 수업을 할 때 무엇을 입고 있습니까? 왜 그렇습니까?)” 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그는 “일본의 교사들은 무조건 양복에 넥타이를 매야 합니다. 여기 와 보니 다른 나라는 복장 규정이 따로 없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영어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도 게임하듯 수업을 하면 좋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가 비영어권 외국 교사들의 연수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체험식 영어교육 방식이 외국 영어교사들에게 호응을 얻는 데다 경기영어마을 측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주효한 결과다. 일본·태국 등에서 온 영어교사들은 한국인 영어교사들과 함께 닷새 동안 한 기숙사에서 머물며 함께 수업을 받는다.

 러시아에서 온 중등학교 교사 보로노브스카야 타마라(63·여)는 “지난해 학생들을 이끌고 영어마을에 왔는데 학교 수업에선 영어를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체험식 교육에는 적극적으로 반응을 했다”며 “이런 수업방식을 자세히 배우려고 다시 왔다”고 말했다.

 교사 트레이너인 지나 강(36·여)은 “외국 교사들은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영어마을에 입소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파주캠프는 개원 당시부터 교사들을 전담하는 전문 강사들을 배치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기 때문에 외국 교육계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교육계의 관심이 특히 높다. 지난해 4월엔 일본 사가현의 가와사키 도시히로 교육감이 직접 파주캠프를 둘러보고 갔다. 사가현 교육청은 7~8월 초·중·고교 교사들을 파주캠프로 보내기로 결정한 상태다. 일본 아오모리현 교육청도 두 차례에 걸쳐 장학사를 파견했다.

 일본 아오모리현 교육청 시게루 시라하마 장학사는 “일본도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마땅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참여한 교사들의 평이 좋아 내년에도 다시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어마을의 운영난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4박5일 기준으로 국내 학생과 교사의 수업료는 무료이거나 10만원 정도인 반면 외국 학생과 교사들은 50만~60만원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파주캠프 측은 올해 2000여 명의 외국 학생과 교사들이 영어마을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창근 경기영어마을 총장은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교육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외국인 영어교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강화해 수익성과 공익성을 모두 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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