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800억원 쾌척, 40년만에 공개된 이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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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블룸버그(71·사진) 미국 뉴욕시장이 27일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3억5000만 달러(약 3700억원)의 거액을 기부했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그가 지난 40년 동안 이 대학에 쾌척한 돈은 모두 11억 달러(약 1조1800억원)가 넘는다. 단일 교육기관에 대한 기부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는 졸업 이듬해인 1965년 5달러를 기부한 이후 지금까지 대학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자신을 세계적인 기업가와 정치인으로 키워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학에 감사하는 마음에서다. 글로벌 경제전문 미디어 회사인 블룸버그LP 창업자로 250억 달러(약 26조8600억원)의 자산을 가진 미국 11위 부호 블룸버그는 3선 뉴욕시장이다.

 블룸버그는 “존스홉킨스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부”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주 메드퍼드 출신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한 전자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 게 그의 인생을 바꿨다. 블룸버그는 성적은 보통이었지만 존스홉킨스대 박사 출신인 회사 사장의 추천으로 이 대학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다. “죽어서 천당에 온 줄 알았다”고 회고할 정도로 존스홉킨스대는 블룸버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 수줍음을 타는 시골뜨기였던 그는 조지아풍의 웅장한 대학 캠퍼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키워 나갔다.

 반복되는 학교 저녁식단을 바꾸기 위해 주방장에게 줄 돈을 모금하는 데 앞장서는가 하면 실험실 동료들에게 과제를 나눠 주기도 했다. 한 동창은 “19세였던 그는 프로젝트 매니저 같았다”고 회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문제 삼는 지방판사와 논쟁을 벌여 학내 스타가 되기도 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지금도 “내가 무엇인가를 주도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이 학교에서 나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지도자들 사이를 걸어 다녔다”며 각별한 인연을 회고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기부자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이름을 공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교육에 대한 더 활발한 기부를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고 NYT가 전했다. 대학의 재정능력을 높여 ‘교육을 통해 성공한 제2의 블룸버그’를 많이 배출해 달라는 당부인 것이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외에도 하버드대 등 교육기관과 질병통제예방센터·세계폐(肺)재단·세계보건기구(WHO) 등 수많은 단체에 기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자선가로 이름이 높다. 블룸버그는 자신의 나머지 재산 250억 달러도 생전에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로널드 대니얼스 존스홉킨스대 총장은 “그의 기부금 덕에 우리는 우수한 인재에게 투자하고 학생들에게 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니얼스 총장은 “미국 고등교육의 모습을 바꿔 놓은 블룸버그의 위대한 투자는 록펠러·카네기·멜런·스탠퍼드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기부금이 사용된 곳은 물리학·공공보건학 연구동, 아동병원, 줄기세포·말라리아 연구소, 도서관 등 각종 시설에서부터 재정 지원까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이번에 낸 금액 중 2억5000만 달러는 수자원 공급과 미국 도시의 미래 연구 분야 등의 연구진을 초빙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1억 달러는 장학금 등 재정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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