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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쇼 프로 ‘우결수’ 멤버들과 유쾌한 도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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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호 06면

사진 뉴시스

덕분에 한 두어 달간 유쾌했다. 이달 초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이하 우결수)’에 출연했던 배우 이미숙(53) 얘기다. ‘들자’라는 이름부터 눈두덩을 시퍼렇게 점령한 속칭 ‘쌍팔년도 메이크업’, 자기 방에 놓인 브라우니 인형을 “넌 생긴 거부터 얄미워”라며 걷어차는 디테일한 연기까지 뭐 하나 버릴 데가 없었다. 비록 외양은 촌스럽고 말투는 거칠어도 자식사랑만큼은 진하기 그지없는 ‘강북엄마’ 들자 덕에 혜윤(정소민)과 정훈(성준) 커플의 결혼분투기가 훨씬 더 리얼할 수 있었다. 대본을 쓴 하명희 작가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숙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다. 그를 생각하면 저절로 써진 대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이섀도, 김태희가 하면 안 어울리는데 제가 하니까 어울리는 거예요”라는 ‘우결수’의 명대사가 그렇게 탄생했다.

JTBC ‘미라클 코리아’ MC 맡은 배우 이미숙

5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 이미숙. 유쾌함은 이어진다. 2월 초 시작하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미라클 코리아’에서 MC를 맡았다. MC 구성이 역발상이다. 이미숙을 중심으로, 시쳇말로 ‘신이 주신 기럭지’를 자랑하는 ‘우결수’의 두 남자 배우 성준(23)과 김영광(26)이 포진한다. 현재 한국 방송가 예능 프로 MC의 규칙은 남자들이 네댓 명씩 떼를 짓는 것이다. 뉴스 진행자도 나이 지긋한 남성 앵커와 갓 입사한 듯한 여성 앵커가 정답처럼 된 현실에서 ‘미라클 코리아’가 통념을 깬 점이 이채롭다.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이미숙은 검은 시스루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해 ‘누님’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나이 얘기 자꾸 들먹여 미안하지만 30년 연하의 남자 MC와 조합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숙이라는 배우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1978년 미스 롯데 선발대회에서 인기상을 받고 이듬해 영화 ‘모모는 철부지’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35년째다. 전성기는 80년대였다. 동갑내기 이보희·원미경과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고래사냥’ ‘겨울나그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으로 경력의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에도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굴곡도 있었다. 이혼을 했고 지난해엔 소위 연하남 스캔들이 터졌다. 이를 보도한 기자와 전 소속사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도 23일 패소해 당분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누님의 기세가 죽을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많은 관계자가 이미숙의 철두철미한 ‘직업윤리’를 이야기한다. 강행군의 연속인 촬영장에서 다른 배우들이 “불로초라도 먹었느냐”며 놀라워할 정도의 체력, 연예 매체들이 ‘옆선’을 거론할 수 있는 관리된 외모, 항상 대본을 숙지한 상태로 촬영시간 30분 전에 도착해 대기하는 프로다운 자세. 이것이 이미숙의 ‘생명연장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10년 전쯤 그를 인터뷰할 때 “여배우가 나이 들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연기력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숙은 지금 고정관념을 멋지게 깨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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