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재건축·재개발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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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펼쳐 보면 재건축.재개발이란 말이 자주 나오지요?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낡은 단독주택.연립주택.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짓는 것이에요.

서울은 이제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모자랍니다. 따라서 있는 집을 헐고 그 곳에 새로운 아파트 촌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재건축.재개발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낡은 집 대신 새 아파트를 얻고, 아파트 크기도 늘릴 수 있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너도 나도 재건축.재개발을 하려고 합니다. 건설회사에는 일감이 생기는 것이니 건설.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에도 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은 새 아파트를 짓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성격은 아주 달라요.

우선 요즘 서울 강남지역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재건축부터 얘기를 해볼까요. 이는 이미 지어져 있는 낡은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등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낡은 아파트들이 늘어 보기가 흉해졌어요. 60년대에 짓기 시작한 아파트들이 20년이 지나면서 건물 안팎이 낡게 된 거죠.

게다가 국민소득이 늘고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재건축을 해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도 커졌습니다. 또 5층짜리 아파트를 헐고 15층, 20층 짜리 고층으로 지으면 같은 면적의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큰 평수를 많이 지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들은 평수를 늘릴 수 있는데다, 입주하고 남는 아파트는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지요. 판 돈 중 새 아파트를 짓는데 드는 비용(건축비)을 쓰고도 남으면 주민과 건설회사가 나눠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이점 때문에 낡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재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에요.

재건축 사업은 집 주인들이 만나 "집이 낡았으니 모두 헐고 새 집을 짓자"고 뜻을 모으는 데서 출발합니다. 다음에는 조합을 만들고 공사를 맡길 건설회사를 고르게 돼요.

이 때 큰 아파트 단지의 경우 건설회사들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입니다. 선거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나친 경쟁을 벌여 종종 욕을 먹기도 한답니다.

또 재건축을 함으로써 좋지 않은 부분도 생긴답니다. 너무 빽빽하게 짓다 보니 답답해 보이는 건 당연하겠죠. 이를 두고 도시의 쾌적성이 떨어진다고 해요. 또 새 아파트를 지을 동안 다른 곳으로 옮겨 살아야 하므로 전셋집이 모자라는 현상도 벌어집니다. 외국에선 1백년씩 된 아파트도 많은데, 지은지 얼마 안 된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게 국가적인 낭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법을 고쳐 재건축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지은 지 최소한 20년이 지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망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냉.난방이 되지 않고 수리 비용이 많이 드는 아파트도 재건축을 할 자격이 있어요.

물론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이라는 순서를 거쳐야 합니다. 안전진단에서 "집이 괜찮다"는 결과가 나오면 아무리 오래 됐어도 재건축을 할 수 없습니다.

재건축과 관련해서 저밀도지구와 고밀도지구라는 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저밀도지구는 서울 잠실이나 도곡동.화곡동 등에서 볼 수 있는 5층짜리 아파트를 말합니다. 이런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면 15층 이상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이익이 많이 돌아가게 됩니다.

고밀도지구는 10~15층짜리 아파트로, 재건축을 해도 5층짜리 아파트보다 이익이 작습니다. 재건축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바꾸는 아파트도 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집을 부수지 않은 채 건물 안팎의 시설을 최신식으로 고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재개발은 뭘까요. 정부가 나서 주거 환경이 나쁜 동네를 묶어 도로나 상.하수도 등의 시설을 마련해주고 새 아파트도 짓는 것이죠. 도시의 한 지역을 통째로 다시 개발하므로 공공사업의 성격을 띤 것입니다.

흔히 '달동네''산동네'라고 불리던 곳이 몇 년 사이 고층 아파트 촌으로 확 바뀌는데 이것이 재개발의 덕분입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이나 강북구 미아동 같은 곳에는 판자 집들이 많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하나 둘씩 깨끗한 아파트촌으로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이 재개발 덕이지요.

재개발은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어느 한 곳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구역 지정이 되면 그 안에 살던 집주인들은 건물과 땅의 가치만큼 새로 짓는 아파트로 옮겨 갈 수 있는 권리를 얻습니다.

세들어 사는 사람(세입자)에 대해서도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은 차이가 있습니다.재건축 세입자는 집이 헐리면 자신이 준 전세금만 돌려 받고 이사 가야 하지만 재개발지구에 세들어 있는 사람은 정부가 정한 자격이 되면 임대 주택에 들어가 살거나 주거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성종수 기자sjssof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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