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14.서부의 라스베이거스-청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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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成都)는 촉(蜀)나라의 도읍이 되면서 중국 역사에 데뷔했다. 제갈량이 이곳에 도읍을 정한 것은 우마차가 겨우 통과할 정도로 험난한 길 때문에 위(魏)나, 오(吳)나라의 공세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이백(李白)은 촉도난(蜀道難)에서 "촉도의 험난 함이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더라(蜀道之難 難於上靑天)"고 읊었다. 오랜동안 '서부의 끝자락 오지'로 불렸던 청두의 옛 모습은 그러나 이제 역사속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청두(成都)는 촉(蜀)나라의 도읍이 되면서 중국 역사에 데뷔했다. 제갈량이 이곳에 도읍을 정한 것은 우마차가 겨우 통과할 정도로 험난한 길 때문에 위(魏)나, 오(吳)나라의 공세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이백(李白)은 촉도난(蜀道難)에서 "촉도의 험난 함이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더라(蜀道之難 難於上靑天)"고 읊었다. 오랜동안 '서부의 끝자락 오지'로 불렸던 청두의 옛 모습은 그러나 이제 역사속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어느 백화점이 고급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가장 번화한 쇼핑가 쭝푸루(總府路)의 왕푸징(王府井)백화점. 자오잉밍(趙英明)영업 총감독은 청두의 소비수준을 가늠해보려는 취재팀에게 난데없이 질문부터 던졌다.

'화려한 매장, 비싼 옷, 세계의 명품 매장 등등'을 생각하는 취재팀에게 그는 "1층 시계 매장의 면적이 적을 수록 고급 백화점"이라며 웃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사치품에 속했던 시계가 이제는 너무 흔해져 고급 백화점은 1층에서 시계 매장을 줄이거나 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고보니 왕푸징백화점 1층엔 시계 매장이 두 곳밖에 없었다.

趙총감독은 "상하이에 새 옷이 나오면 다음날 이곳에도 그 옷이 걸릴 정도로 이곳 사람들의 눈이 높다"며 "이게 바로 청두의 높은 소비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실제 왕푸징백화점 2층에 걸린 여성 블라우스엔 1천5백위안(약 24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다. 서울의 웬만한 백화점 가격을 뺨친다.

런민둥루(人民東路)의 런허춘톈(仁和春天)백화점 1층엔 까르띠에.지방시.던힐 등 서울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유럽의 명품 매장이 즐비하다.

이런 백화점이 한둘이 아니다. 쭝푸루에만 왕푸징과 대만계 타이핑양(太平洋)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한 블럭 아래쪽에는 말레이시아계 바이성(百盛)백화점이 있다.

런민둥루 쪽엔 런허춘텐.런민상창(人民商場).청두 등 토종 백화점이 일본계 이텅양화탕(伊騰洋華堂)과 겨누고 있다. 이 거리의 한집 건너 한집은 백화점이란 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청두 백화점들의 또 다른 특징은 고속성장이다. 이곳 백화점은 최근 연평균 60%씩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중이다.

런허춘텐백화점 류중위안(劉中源)사장은 "1998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9천만위안(1백44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올해는 2억위안(3백20억원)으로 3년새 두배 넘게 늘었다"며 "시장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크다 보니 외국계 백화점도 잇따라 들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성장의 비결은 두가지다. 옛부터 씀씀이 크기로 소문난 청두인들의 소비성향에다 서부대개발로 몰린 돈.사람.물자가 더해지면서 '소비천국'의 불을 지핀 것이다.

劉사장은 "청두는 '천부지국(天府之國: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먹고 마실 게 풍족해 옛부터 소비성향이 높았다"며 "여기에 최근 서부개발 때문에 풀린 자금이 흘러들면서 급속한 소비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의 돈줄이 몰리다보니 내로라하는 금융기관들이 찾아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곳에는 영국계 짜다(渣打)은행, 일본 도쿄(東京)은행, 태국계 판구(盤谷)은행, 싱가포르계 화롄(華聯)은행 등 외국계 4곳을 비롯해 18개 은행이 영업 중이다.

보험사도 네 곳, 증권사는 22곳이나 된다. 금융기관수만 직할시인 이웃 충칭(重慶)의 두배다. 보험시장은 서부 전체 보험료의 50%를 청두시민들이 낼 정도다.

쓰촨성정부 외자유치국 장쉬(張旭)부국장은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서부개발 자금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2003년이후엔 청두가 서부의 금융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성정부는 외환업무를 허용하는 등을 통해 외국계 금융기관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소비도시에 음식점이 빠질 수는 없다. 이곳의 대표적 요리인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火鍋)' 요리집은 3백~4백석 규모가 보통이다. 새벽 1시께 찾아간 훠궈 체인점 '러펀징(熱盆鏡)'에는 30여개 테이블이 차 있었다.

여종업원은 "청두사람들은 한밤중에도 먹고 마시기 때문에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한다"며 "한번에 1천위안(16만원) 정도는 우습게 쓴다"고 귀띔했다. 서부 최대의 소비.상업도시로 거듭나 중국판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청두, 그 이유를 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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