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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사관」|전국역사학대회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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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역사학회는 지난3,4양일간 동국대 학에서 제9회 연례 발표회를 갖고 사학 계의 당면과제를 검토했다. 「역사이론과 역사서술] 이란 주제아래 논의된 이날의 공동발표는 김용섭 (서울대=일본과 한국에 있어서의 한국사 서술) 정재각 (고려대=동양사 서술의 문제) 민석홍(서울대=역사의 주관성과 객관성) 이우성 (성균관대∥근대학파의 사관 및 연구태도) 양병우 (서울대=역사 연구와 가세) 강진철 (숙명 대=한국사의 시대 구분) 씨등 6교수가 맡아 했는데 대체로 우리 나라에 있어 사학자의 연구태도를 반성하는데 촛점을 두었다.
해방 후 20년간 한국사학계는 꾸준한 연구와 정리가 거듭되었음에도 아직 많은 「갭」을 내포하고 있음을 역사학 대회는 드러냈다.
지난 1세기동안의 한국사 서술에 대해 발표한 김옹섭 교수는 이제 전면적으로 재검토 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무의식중에 라도 일제 때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학 계가 반성해야할 당면과제로서 다음 두 가지를 지적했다.
①일제 관학 자들이 수립한 식민사관의 탈피에 주력해야 한다. 식민사관은 일제가 정책적으로 다룬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관에 전혀 어긋나는 것이다.
②이제까지의 연구 태도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랑케」의 사관을 가지고 이론적 근거를 삼고있는데 「랑케」의 역사주의는 세계사적인 관련과 가시적 성찰이 부족하다.
이러한 김 교수의 발표에 이어 정재각 교수는 범위를 넓혀 동양사학자의 입장에서 반성을 촉구했다. 「아시아적」 이란 말과 「후진성」 이란 말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정교수는 종래 구미학자의 동양 연구 태도가 과학이전의 관점 (시장개척을 위한 태도) 에 있음을 지적, 동등한 위치에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광의의 중국사로서 동양을 다를 것이 아니며, 중국과 일본과 한국이 같은 비중을 갖는데서 올바른 동양사가 서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동양은 후진적이고 서양은 선진적이란 관념을 통박하여 『자본주의가 먼저 들어갔으니까 선진국이란 속단은 위험한 연구태도』라고 말하고 『각기 다른 지역사회의 풍토 위에서 검토할 때 선진과 후진이란 말은 경솔히 쓸 수 없을 것』 이라고.
이 대회에 청강한 「아시아」 문제연구소장 이상은 교수는 정교수의 견해에 대해 덧붙여 그런 생산 경제적 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신 문화적 요소가 끼친 중요한 영향을 역설했다. 질의 시간을 통해 의견을 말한 그는 『동양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은 유· 불·도가 정치· 사회·경제면의 양식과 생활에 준 영향을 무시한 태도가 아니겠는가』 고 반문했다.
이조후기의 실학파 특히 농촌 토착적인 근기 학파를 소개한 이우성 교수는 그들 학파에 의해 한국최초로 역사 서술상 민족자주의식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통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성호에 의해 최초로 보인 이래, 다산에 이르러선 중국적 정통론을 극복하고 문화와 정치적 업적에 따라 역사를 파악하려는 자세가 세워 졌다는 것이다. 또 이 대회에 단 한사람의 경제학자로서 참가한 강진철 교수는 국가가 농민을 지배하는 형식에 따라 시대구분을 하면서 『이조 말(구한국) 에 이루어진 중세적 봉건제의 해체가 자생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은 한국근대화규정에 커다란 주목거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역사 연구태도에 대한 논의의 절정은 이 대회의 마지막 발표.「한말의 주한일본론 (윤병석·국사 편위)과「대한협회에 대하여] (이현종·국사 편위)란 발표에 대한 반향이다. 곧 단순한 역사주의나 민중의 기대를 고려치 않고 역사학에 임할 때의 과오에 대해 단상단하에서 심각한 논란을 벌인 끝에 이 대회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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