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 월북? 최전방 소대장 실종 26일째 '깜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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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전선 최전방 부대 소대장이 근무지를 이탈한 지 26일이 지나도록 군 당국은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와 육군 6사단 등에 따르면 철원지역 최전방 수색대대 소대장인 박모(25) 소위가 지난해 12월 29일 행방불명됐다. 박 소위는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영내 매점(피엑스) 앞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23일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를 사용한 흔적도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수색대원 출신인 박 소위의 아버지(54)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적으로 아들을 찾아야겠다고 나섬에 따라 뒤늦게 알려졌다.

 박 소위는 실종 당일 오후 2시 소대원을 이끌고 수색작전에 나설 예정이었다. 군 당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소위는 오전 11시 부대원 10여 명과 식사한 뒤 의무실에 들러 체온을 측정했다. 수색작전에 투입되는 모든 장병은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박 소위가 사라진 것을 부대 측이 알아차린 것은 낮 12시30분쯤이다. 작전 투입에 앞선 군장검사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즉각 부대원들이 박 소위를 찾아 나섰으나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박 소위가 쓰고 있던 베레모만 영내 간부숙소(BOQ)에서 발견됐다. 간부 숙소에서 인근 마을까지는 걸어서 10여 분 거리여서 그가 마을로 나간 뒤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부대 측은 박 소위가 언제 어떻게 부대를 빠져나갔는지 확인하지 못했고 목격자를 찾지도 못했다.

 소속 부대와 헌병대는 박 소위 실종 이후 아홉 차례에 걸쳐 부대 주변과 인근 마을인 양지리 일대를 수색했다. 18일에는 박 소위 아버지와 부대원 100여 명이 인근 야산과 농경지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박 소위는 행방불명되기 전인 오전 9시54분 아버지와 통화했다. 1분 정도의 통상적인 안부 전화에서 박 소위는 “별일 없다”고 말했다. 박 소위는 오전 11시14분 같은 대대의 동료 소대장에게도 안부 전화를 했다.

 박 소위는 조선대 군사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7월 학사장교로 임관한 뒤 11월 전방부대에 부임했다. 평소 부대 생활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갈등을 빚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박 소위가 월북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철책을 넘어간 흔적은 아무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그가 사라진 시각 철책 주변에서는 아무런 이상 동향이 없었다. 이에 따라 부대 측은 박 소위가 전방 근무에 따른 불안감이나 공무에 적응하지 못해 단순 탈영했거나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아버지 박모씨는 의도적인 탈영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임관했고 그 뒤에도 부대 적응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전혀 없었으며 마지막 통화도 이상한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아들이 행방불명된 후 두 차례 부대에 가 행적을 찾았지만 숙소 옆 야산으로 이동한 발자국이 눈밭에 있었을 뿐 중간에 흔적이 끊겨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아들이 사라진 지 일주일 만에 직속상관인 중대장이 대기발령된 것도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대 측은 “중대장 보직은 1월 20일까지였으나 중요 임무를 띤 수색부대원들의 조기 안정이 필요해 앞당겨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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