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내달 20일까지 재의결 안 하면 운행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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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22일 오전 청와대가 보이는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김도훈 기자]

택시업계가 전면 운행 중단을 예고했다. 22일 정부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자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는 이날 오후 대표단 회의를 열어 “다음 달 20일까지 국회에서 택시법 재의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1일 자정부터 전국 택시가 무기한 운행 중단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택시업계는 실망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며 “국회가 재의결해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4개 택시 단체는 우선 정부의 택시법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달 24일 전국 택시 기사들이 검은 리본을 착용한 채 운행하기로 했다. 이어 영호남 지역에서 비상 총회를 열 계획이다. 30일 부산에선 영남 지역 비상 합동 총회를 연다. 다음 달 1일엔 광주광역시에서 비상 합동 총회가 예정돼 있다.

 택시업계는 또 다음 달 20일 서울 총회를 열어 국회의 택시법 재의결을 압박하기로 했다. 이날까지 재의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다음날부터 전국 택시의 운행을 중단할 방침이다. 현재 택시업계는 전면 운행 중단 여부를 4대 택시단체 대표단에 위임한 상태다.

 일선 택시 기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개인 택시를 모는 김정근(62)씨는 “택시 기사는 서민 중의 서민”이라며 “서민을 지원하는 법을 대통령이 나서서 반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24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강동균(58)씨는 “택시법은 어차피 택시 회사 업주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마당에 전면 운행 중단으로 맞설 게 아니라 택시 요금 현실화나 LPG값 인하 등 현실적인 해결책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정부가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한 것은 구국의 결단”이라며 “정치권은 국민의 반대의견을 소중히 여겨 더 이상 국민의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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