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공포의 `식스맨'

중앙일보

입력

`후보 선수'가 아니라 `해결사'.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벤치 멤버들이 `식스맨'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주전의 휴식 시간동안 공백을 메우는 본래의 임무는 물론이고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경기 막판에 한방을 꽂아넣으며 승부의 물꼬를 돌리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때문이다.

13일 인천 SK전은 삼성 식스맨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경기. 삼성이 67-64로 간신히 앞선 채 들어선 4쿼터, 3쿼터까지 대부분 시간동안 벤치를 지키던 이정래와 김희선이 우지원과 이규섭을 대신해 코트에 나섰고 4쿼터에서만 12점을 합작하며 김동광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이정래는 4쿼터 시작과 동시에 자유투와 골밑슛으로 3점을 보탰고 김희선은 고비마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3점슛 3개를 림에 꽂아넣었다.

특히 수비가 탁월한 김희선은 이날 17분 정도 투입되면서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은 상대 주포 문경은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10일 서울 SK전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할 때도 막판에 터진 이정래의 3점슛 3방에 힘입은 바 크고 11일 울산 모비스전에서도 이정래가 경기 종료 직전 통렬한 역전3점슛을 꽂아넣어 2점차의 신승을 거뒀었다.

3연패로 시즌을 연 삼성이 3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이들 주전 못지 않은 후보선수들 때문이다.

문경은을 내주고 데려온 우지원이 극심한 슛난조에 허덕이던 상황에서 이들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승률 5할로 한 숨 돌린 지금의 성적도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

시즌 개막 전에 삼성의 2연패가 점쳐진 이유 중의 하나도 지난해보다 1라운드가 늘어나 주전들의 체력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다른 구단에서라면 충분히 주전 자리를 꿰찰 실력의 탄탄한 벤치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식스맨상을 받은 강혁이 군에 입대하기는 했지만 그늘에 가려있던 김희선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한층 성숙한 2년차 이정래가 LG에서 가세했다.

또한 현재 부상으로 제 몫을 못하고 있는 백업 센터 이창수도 몸만 정상이 되면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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