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재수생 따로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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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대학입시 개선안의 취지는 성취도별 시험의 이원화로 대입에서 수능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과 기존 수능시험이 범교과·탈교과적으로 출제돼 학생들이 준비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2014학년도 대입은 수능에 강한 재수생에게 기회다. 서울대 2014학년도 개편안의 핵심은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폐지(인문계열), 정시 전형에서 학생부의 영향력 최소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변화로 상위권 주요 대학들은 수능 우수자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경희대를 제외한 상위 11개 대학에서는 모두 수능 중심의 우선 선발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이 흐름은 중상위권대학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국어·영어·수학이 A/B형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수능 최저 등급을 획득하기 어려워진다. 수능에 강한 재수생은 정시뿐만 아니라 수시에서도 유리해질 것이고, 그 기회를 잡는 재수생은 따로 있다.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성적 향상으로 성공하는 재수생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재수의 시작은 철저한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우선, 지금 바로 노트에 지난 고3과정을 되돌아보며 가장 아쉽고 후회스러운 점을 기록해보라. 스스로 했던 약속을 실천하고자 얼마나 노력했나, 교사나 입시전문가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라며 강조했던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등 그간의 학습태도와 생활습관, 입시전략을 잘 파악하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재수의 출발점이다.

 주위를 보면 시기와 취약과목에 맞춰 학원을 적절히 다니고, 유명 강사의 인터넷강의도 많이 들었지만 정작 성적 향상은 별로 없었다는 수험생들이 많다. 가장 큰 원인은 학원수강이나 인강 수강을 영화 관람, 혹은 웃고 즐기는 TV 시청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수업을 수강한 후에는 성취 수준에 따라 최소 강의를 들은 시간만큼 혹은 2~3배의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시험마다 성적이 춤추는 학생들의 특징은 대부분 기본개념이 약하다는 것이다. 성적은 단기간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 본인의 과거 학습 성실성이나 치밀함의 성과이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마음이 급하다고 개념을 뛰어넘고 문제풀이를 해선 안 된다. 한번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나중에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오답 관리의 중요성을 모르는 수험생은 없을 것이다. 문제풀이는 응용력을 향상시키는 효과와 함께 자신의 취약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구멍을 메워 성적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틀린 문제에 나만의 표시를 해두고 반복 학습을 할 때마다 날짜를 쓰거나 횟수를 표시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한 번 틀렸던 개념이나 문제를 또다시 틀리는 엄청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재수는 긴 호흡을 하며 학습의 효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계획을 실천하는 긍정의 에너지와 적극성을 가진 수험생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히 자기와 타협하면서 편하고 쉽게 재수생활을 하려는 수험생에게는 내년 입시의 결과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선택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이 또한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이수경 강남청솔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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