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연기의 신바람’ 일으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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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배우 김수로가 아니다. 공연 프로듀서 김수로다. “외국 작품 사와서 스타 쓰고, 대극장에 올려 수십억 벌어도 기쁠 것 같지 않다. 몇 백 만원을 벌어도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해 팔 걷어 부치고 세게 한판 붙어 보려고요.”

 코믹한 그가 진지해졌다. 배우 김수로(43). 이젠 어엿한 사장이자 프로듀서다. 지난해 매니지먼트사를 차렸다. 이름은 ‘로-브라더스’. 김수로의 끝자 ‘로’를 따서 만들었다.

 소속 배우는 어느새 7명. 이뿐만 아니다. ‘김수로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는데, 그가 프로듀서로 대관·섭외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이미 네 작품을 올렸고 다음 달 다섯 번째 공연이 올라간다. “가능성 있는 배우를 발굴하고, 작지만 탄탄한 공연을 올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나름 스타배우인 그가 아직 채우지 못한 갈증은 무엇일까.

 -회사명이 특이하다

 “한국말로 하면 ‘김수로의 형제들’ 아닌가. 소속 연기자가 김재범·성두섭·조강현 등 7명인데 몽땅 남자다. 예전부터 ‘저 친구 뜨겠는데’ 하면 진짜 유명해졌다. 남자 배우 볼 줄 아는 눈이 있다. 근데 여자는 모르겠더라. 심리도 잘 파악 안되고,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동성애자라고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색깔 있는 매니지먼트사로 만들 요량이다. 회식 때 ‘군대 다시 온 것 같다’고들 투덜거릴 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웃음)

 -대부분 뮤지컬·연극 배우다.

 “상업적인 매니지먼트사는 아니다. 대학로 극단과 더 유사하다고 하는 게 맞을 듯싶다. 기본은 공연이다. 여기서 출발해 영화·드라마·예능·콘서트 등으로 진출시키고 싶다. 나도 해 봤지만, 배우란 직업은 부침이 많다. 어려울 때 견딜 줄 알아야 한다. 끈질김, 묵묵함, 기다림 등을 일깨워주고 키워주는 곳이 공연판이다. 무대에서 버틸 줄 알면 결국 딴 것도 잘 한다. 기초가 튼실해야 롱런할 수 있다.”

 -어떻게 공연 제작도 겸하게 됐나.

 “태생이 중요한 것 같다. 나 역시 지금은 영화배우니, 예능인이니 하며 폼 잡고 있지만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해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지금껏 달려오다 ‘또 뭘 할 수 있지?’돌아봤더니 결국 무대였다. 기왕이면 비즈니스로만 계산하지 않고, 조금 시골 느낌이 나는 작품을 고집하는 제작자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배우는 자기중심적이다. 주변을 살펴야 할 대표·프로듀서와 상충하지 않나.

 “솔직히 힘들다. 헷갈리기도 한다. 이번 ‘유럽블로그’엔 나도 출연하는데 가끔씩 ‘이렇게 묻혀 있어도 되나’ 싶기도 한다. 그래도 후배들이 멋지게 연기할 때 내가 할 때보다 더 신나는 걸 보면, 전혀 재주가 없는 것 같진 않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방향은 잘 잡았지만, 디테일은 약하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또 가슴 벅차다.”

 -흥행사 기질이 있나.

 “지금까지 네 편 했는데 손해는 안 봤지만, 돈을 벌지도 못했다. 이효리씨가 지난번 공연 보러 왔는데, 퀴퀴한 100석 남짓한 극장에서 보여주는 게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이런 누추한 곳에서 전설은 시작되는 게 아닐까. 우리가 ‘태양의 서커스’ 보러 갈 때 어떤 작품인지 알지 못한 채 간다. 그저 ‘태양의 서커스’를 믿고 간다. ‘김수로 프로젝트’도 그렇게 만들겠다. 연극·뮤지컬·무용 장르 가리지 않고, ‘김수로 프로젝트’ 브랜드를 보고 무조건 보고 싶게끔 하고 싶다. 살아 꿈틀대는 신명 난 한 판을 열어젖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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