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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유세와 집회의 자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한당 대변인은 정부당국이 신한당의 남원유세를 공공연히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남원군 당국이 장소사용을 일단 허가했다가 이를 취소한 것이나 남원읍내 「마이크」상에서 임대한 확성기에 대해 경찰이 그 사용을 취소한 것 등은 신한당 유세를 방해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신한당의 이런 주장은 남원군 당국이 장소사용을 허가해 준 담당공무원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대체로 사실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 것같다.
신한당의 남원유세에 대한방해가 사실이라고 하면 이는 비단 동 당뿐만 아니라 국민일반의 정치적인 자유나 집회의 자유가 중대한 적신호에 부닥치고 있다는 징후로서 절대로 묵인·간과치 못할 일이다. 지난날 자유당 정권이 야당의 성장과 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확대를 질시하고 증오하고 겁내는 나머지 혹은 공연히 혼은 음성적으로 야당의 집회를 방해 해 왔고 이로 인해서 공명정대한 정권투쟁의 길이 막혀 갖가지 정치적 불상사가 생겼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새롭다. 구 악 일소와 참신한 정치풍토조성을 정책구호로 내세워 정권을 잡게 된 현정부가 만약에 구정권의 악 수법을 모방하여 야당성장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꾀한다고 하면 우리사회에서는 또다시 관권 대민권 사이에 숨가쁘고 험악한 대결이 벌어질 것이요 한국의 민주주의는 또다시 험난한 가시밭길을 더듬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는 남원의 불상사가 정부의 기본방책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주로 일선관리들의 과잉충성 때문에 조성된 것으로 본다. 총선에 의한 정권교체기가 되면 대소의 관리들이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집권당의 수족이 되어 야당탄압에 앞장서는 것은 결코 작금에 시작된 버릇이 아니요, 내년 총선 에도 이런 몰지각한 무리들 때문에 공명선거가 흐려질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과잉충성분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올바른 정치풍토가 조성되고 공명선거가 행해질 수도 있는 반면에, 그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정부가 정치적으로 탈선하는 과잉충성분자를 엄격히 법으로 다스린다고 하면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되도륵 지키려 할 것이다.
정부가 과잉충성분자를 그냥 방임 하거나 혹은 승진시켜 준다고 하면 나중에는 모든 관리들이 과잉충성경쟁을 버리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국민주권은 허공에 뜨고 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번 남원사건을 과잉충성분자에 의한 야당탄압의 「테스트·케이스」로서 정부가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주목코자 하는 것이다. 투표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교체는 모든 합법정당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중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야당의, 합법적인 정치활동을 방해하고 억압한다는 것은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는 정부가 공명선거를 백번 외치기에 앞서 야당의 정치활동자유를 사소한 면에서부터 보장해 주기를 간절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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