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지방 속 줄기세포로 망가진 무릎 되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관절 수술은 인공관절수술이 부담스러운 퇴행성관절염 2-3기 환자 또는 연골손상 환자의 연골재생 치료에 도움을 준다. 사진은 관절 내시경을 통해 손상된 연골에 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세사랑병원]

미래의학의 키워드는 단연 ‘재생의학’이다. 조직공학을 통해 손상된 세포와 장기를 복구하거나 갈아 끼운다. 줄기세포는 재생의학의 핵심이다.

현재 임상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분야가 무릎 관절의 연골 재생이다. 특히 지난해 초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으며 대중화에 탄력을 받고 있다. 임상 결과 연골 재생이 확인되고 환자의 만족도 역시 높다. 최근 국제정형외과 학술지인 『Arthroscopy』에 채택된 연세사랑병원(대표원장 고용곤)의 논문을 통해 무릎 연골 재생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연골 이식보다 손쉽고 효과 좋아

무릎 관절 질환의 대부분은 손상된 연골에서 비롯된다. 연골은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줘 뼈를 보호하는 질기고 탄력적인 조직이다. 완충장치가 닳아 없어진 무릎은 뼈와 뼈끼리 부딪쳐 통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결국 걷기 힘든 퇴행성관절염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연골은 한 번 찢어지거나 닳으면 재생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장 대중화한 치료법은 관절내시경을 무릎에 집어넣어 찢어진 연골을 꿰매거나 아예 관절을 통째로 드러내고 인공관절을 갈아 끼우는 것이다. 자신 또는 타인의 연골을 이식하는 방법이나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를 이용한 치료법도 있다. 하지만 시술이 복잡하거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줄기세포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무릎뼈 사이의 얇은 연골판(사진 위·흰색 줄)이 두껍게 재생된 모습(아래).

관절염 환자 무릎 기능 83% 향상

줄기세포는 여러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근원세포다. 우리 몸에서 추출해 해당 부위에 주입해 원하는 조직으로 재생을 유도한다.

 지금까지 무릎 연골에 사용하는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골수, 제대혈(탯줄), 지방 등 다양하다. 연세사랑병원 연골재생·세포치료 연구소는 이중 자가지방에서 얻은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했다.

 결과부터 보면 매우 고무적이다. 퇴행성관절염 환자 18명(남 6, 여 12명)의 수술 전과 수술 2년 뒤의 경과를 관찰한 결과 통증 수치는 60% 개선됐고, 무릎 기능은 약 83%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RI(자가공명영상장치) 촬영를 통해 얻은 영상에서도 손상된 연골이 일부 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WOMAC, Lysholm 점수(기능), VAS 점수(통증), MRI로 임상 결과를 평가한다. 흥미로운 것은 WOMAC(통증과 관절 강직, 신체 기능을 0부터 100까지 숫자화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증상이 줄어든 것임)점수가 수술 전 평균 49.9점에서 1년 후 38.3로, 2년 후엔 30.3점으로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무릎 상태를 MRI로 촬영해 점수화한 WORMS 점수(낮을수록 좋다)도 수술 전 60.3점에서 48.3로 향상됐다.

 고용곤 병원장은 “종래 줄기세포 임상 연구는 1년까지 효과를 본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번에 2년이라는 장기 추적 결과를 낸 것이 외국 저널에서 논문의 가치를 인정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약물·물리치료·관절내시경 시술 등 기존 시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나빠지는 한계가 있지만 줄기세포 치료는 호전된 증상이 1∼2년 유지 또는 개선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rthroscopy』는 40개 국제정형외과학술지 중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6위(3.024)인 권위지다.

수술 두려운 2~3기 환자가 대상

이번 연구는 지방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했다는 점이 다르다.<표 참조> 지방은 무릎·엉덩이·허벅지·복부 등에 분포해 주사기를 이용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얻는다. 연세사랑병원 연골재생·세포치료 연구소 최윤진 소장은 “지방에는 줄기세포 수가 많아 배양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줄기세포가 만능 치료법은 아니다. 심한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나이는 65세 이상이지만 관절염은 2∼3단계이거나 통증은 있지만 큰 수술이 부담스러운 40∼50대 관절염 3기 이전 환자에게 적합하다.

 치료 방법은 간단하다. 엉덩이·복부 등에 있는 지방을 채취, 배양 없이 단순 분리해 외래에서 무릎에 주사하거나 관절내시경을 통해 손상된 연골에 주입한다. 시간은 30분~1시간(시술 전날 지방 채취 10분 소요). 시술 후에는 무릎 사용을 자제해야 하며 시술 3개월부터 서서히 좋아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