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룰도 모르고 … 클럽 바꿔 헤매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우즈(左), 매킬로이(右)

우즈, 모래에 박힌 공 엉겁결에 드롭해 2벌타

타이거 우즈(38·미국)는 왜 경기위원을 부르지 않았을까. 우즈가 룰 위반으로 페널티 2타를 받는 바람에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경기위원은 룰 위반이 벌어졌던 지점으로부터 약 200야드(183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지난 1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 2라운드 5번 홀(파4). 우즈가 티샷한 공은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로 날아가 잎사귀가 무성한 덤불 아래 모래에 박혔다.

 우즈는 여기서 ‘무벌타 드롭’(벌타 없이 공을 집어서 떨어뜨린 뒤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한 ‘지면에 박힌 공(Embedded Ball)’ 관련 룰을 잘못 해석했다. 당시 우즈는 함께 플레이 한 마르틴 카이머(29·독일)에게 “공이 지면에 박혔다”는 사실을 알렸고, 카이머는 “프리 드롭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즈가 무벌타 드롭을 하자 갤러리가 이 사실을 제보했고 경기위원은 결국 11번 홀에서 우즈에게 2벌타가 부과될 것임을 알렸다.

 우즈는 어떤 함정에 빠졌을까. ‘지면에 박힌 공’에 대해서는 골프규칙과 로컬룰(경기위원회가 제정)을 통해 무벌타 드롭을 허용하고 있다. 규칙 25-2는 ‘공 자체의 낙하 충격에 의해 지면에 박힌 공에 대해서는 구제한다’고 돼 있다. 단, 페어웨이 또는 페어웨이 잔디보다 ‘짧게 깎은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또 유러피언투어처럼 로컬룰을 제정하면 러프에 박힌 공도 구제가 된다. 그렇지만 두 가지 예외 조항이 있다.

 대한골프협회(KGA) 오의환 규칙위원장은 “우즈는 자신의 공이 두 가지 예외 조항 중 하나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째, 러프 등 덤불 속의 모래에 박힌 공은 구제 대상이 아니다. 또 나무와 나무 사이의 잔디에 박힌 공도 구제받을 수 없다. 우즈는 첫 번째 사항을 위반했다. 우즈는 “모래를 지면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했다. 카이머는 “우즈와 내가 경기위원을 부르지 않은 것은 무벌타 드롭이 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창호 기자

매킬로이, 나이키와 계약 뒤 첫 대회 샷 난조

“맥없이 흐리멍덩(lackluster)한 경기였다. 새 클럽에 대한 위험 부담이 컸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밥 해릭은 지난 19일(한국시간)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의 경기를 이렇게 평했다. 매킬로이의 클럽 교체가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매킬로이는 18일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합계 6오버파(공동 98위)로 컷 탈락했다.

 이틀 동안 매킬로이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42%에 불과했고 그린 적중률은 63%에 그칠 정도로 샷이 흔들렸다.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게 이상한 샷이 많았다”며 “새 클럽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료들의 생각은 다르다. 폴 케이시(36·잉글랜드)는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매킬로이를 감쌌다. 케이시는 2005년 1월 타이틀리스트 용품을 나이키로 모두 바꿨다. 그도 초반에는 샷이 좌우로 크게 벗어났다. 하지만 그해 3월(TLC 클래식)과 11월(볼보 차이나 오픈) 우승을 차지하면서 제 기량을 찾았다. 케이시는 “적응기를 겪어야 최상의 경기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아이언을 모두 바꿨던 파드리그 해링턴(42·아일랜드)도 거들었다. 해링턴은 “처음에는 ‘이 클럽들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지만 2개월 후에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매니저 코너 리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리지는 “클럽은 문제 없다. 시즌 첫 경기라 전반적으로 경기 감각이 좋지 않았다. 전에 사용하던 타이틀리스트 용품을 썼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며 “4주의 휴식기간 동안 클럽 적응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2월 20일 개막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시즌 두 번째 대회를 치른다.

 제이미 도널드슨(38·웨일스)은 20일 끝난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끝에 합계 14언더파로 저스틴 로즈(33·잉글랜드), 토르뵈른 올레센(24·덴마크·이상 13언더파) 등 2명을 1타 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