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를 돕자] 정희경 운영위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北 어린이 돕기는 겨레의 책임 核 등 정치적 문제와 분리해야"

"1980년대 중반 에티오피아에 대기근이 닥쳤을 때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겪었던 참상보다 더 혹독한 어려움을 북한 어린이들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청강문화산업대 정희경(鄭喜卿.71.사진)이사장은 15일 중앙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최홍준.부산 호산나교회 목사)이 공동주최하는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운동'의 운영위원장 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鄭위원장은 62년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성균관대 교수와 이화여고.현대고.계원여고 교장을 역임하는 등 40년이 넘게 교육계에 몸담아 왔다.

"북한 어린이도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여기에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서는 안됩니다. 핵문제 해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당장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은 지금 돕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

최근 북한 핵문제가 불거져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추진하기가 망설여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남한에도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한 어린이들이 많은데, 이들을 제쳐두고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불우한 남한 어린이들은 가난의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북한 어린이들은 '사느냐 죽느냐'는 생존의 갈림길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러한 논리로 북녘 어린이들이 먹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러나 북한 핵문제로 인한 북.미 관계 악화와 안보 불안 심리 등으로 모금활동에 어려움도 있다고 鄭위원장은 털어놓았다. 그가 '여성계 거물'들이 모인 자리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을 요구하자 한 인사가 대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해야 할 일을 왜 우리더러 하라고 그러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함께 있던 사람들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가 이에 대해 "이유야 어찌 됐든 손자뻘 되는 동포 어린이들이 굶어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설득했더니 너도나도 핸드백을 열었다고 흡족해 했다.

鄭위원장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이 운동이 민족 화해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빵과 의약품.의류 등을 보내 그들이 건강을 되찾고 이 땅에서 다시 해맑게 웃으면서 천진하게 뛰어놀 수 있다면 그들의 마음에 남녘 동포의 따뜻한 사랑이 전달돼 남북 간에 불신의 벽이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鄭위원장은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이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이 운동이 2월 말까지 예정돼 있지만, 운영위원들과 협의해 올해 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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