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내정이 발라야… 주년의 서슬, 말속에 번득여 여생은 3·l정신선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역대의 법무부장관 가운데 국무회의서 발언권이 가장 컸다해서 유명한 제6대 법무장관 서상환(79) 옹은 오륙도가 눈앞에 가물거리는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 23의51 아담한 옛적산집에서 골패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뭐니 뭐니해도 내정을 바로잡아야 해요. 도둑놈이 이렇게 많아서야…』 왕년의 서슬이 그의 말속에서 번득인다.
동맥경화증 (일종의 중풍병)으로 보행을 제대로 못하는 서 옹은 이부자리에 몸을 기대고 누웠다가 정치얘기에 말이 미치자 벌떡 몸을 일으키며 성성한 수염을 한 손으로 비벼 올렸다.
그래도 『박 대통령은 나라를 바로잡아보려고 무척 애를 쓰는 모양인데 같이 있는 사람들이…』 그는 어금니에 힘을 주며 말끝을 흐려버린다.
『배후에 빽이 있는 것을 모르고 중석불사건을 건드리기 시작했더니 웬걸 압력이…』 끝내는 법무장관자리를 물려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서 옹은 표정을 굳히고 길게 한숨을 내뿜었다.
그는 지난 64년2월 재단법인 「3·l동지회」를 만들어 이사장에 취임했는데 앞으로는 3·1정신의 선양에 여생을 바치겠노라고 했다. 슬하에 혈육이 없는 그는 부인 박열선(78)여사 마저 작년4월에 세상을 떠난 후 혈혈 단신이 되어 얼마 전 박순자(22)양을 수양딸로 맞아 공부를 시키며 친딸처럼 보살피면서 외로운 여생을 달래고 있다. <부산=나오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