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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김응용·김인식…신생팀·꼴찌팀, 잇단 러브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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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호 19면

KT가 지난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회를 통해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으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KT는 2015년 1군 리그 진입을 목표로 본격적인 창단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초기 작업은 감독 선임이다. 신생 팀의 뼈대를 만들 초대 사령탑으로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이 가장 먼저 하마평에 올랐다.

프로야구 ‘노장 리더십’ 전성시대

프로야구에 수많은 인물이 있는데 엄연히 소속이 있는 70대 노(老) 감독이 스카우트 1순위에 오른 걸 어떻게 봐야 할까. 허민(37) 원더스 구단주는 “나와 결혼한 사람(김성근)에게 공개적으로 청혼하는 셈”이라며 불쾌해 했다.

그뿐 아니라 지난해 한화 감독을 선임할 때도 김성근 감독은 후보 1순위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한화의 제안을 뿌리치고 원더스에 남았다. 한화의 대응은 더 놀라웠다. 현장을 7년이나 떠나 있던 김응용(72) 전 삼성 감독을 영입한 것이다. 최근 4년간 세 차례나 꼴찌에 머무른 한화는 이들에게서 강력한 리더십을 원했다.

창조가 필요한 신생 팀, 개혁이 절실한 꼴찌 팀이 모두 70대 노장을 원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은 뚜렷한 지도철학과 뛰어난 커리어를 갖췄고, 나이가 많지만 지도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모시기’ 힘든 감독이지만 이들이라면 위기를 이겨낼 걸로 믿고 있다.

하위 팀을 중위권으로 올리는 데 뛰어났던 김성근 감독은 2007년 SK 감독 부임 후 4년간 세 차례나 우승하며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65세에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그는 ‘야구의 신’이라고까지 추앙받았다. 야구 장인(匠人)답게 그는 팀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관리한다. 해박한 야구 이론과 뛰어난 지략을 자랑한다. 화려한 어법으로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도 능하다. 그는 “감독은 내 천직이다. 머리가 돌아가고 입만 살아 있으면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성근 시대 이전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김응용 감독은 개성 강한 해태와 삼성 멤버들을 휘어잡았다. 냉혹한 선수 관리로 조직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탁월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외국인 선수를 완력으로 제압한 적도 있다. 나이를 문제 삼는 사람이 있으면 “팔씨름이든 술 대결이든 나를 이기고 그런 말을 하라”고 호통쳤다.

2000년대 초 프로야구는 40~50대 감독을 선호했다. 이들은 시행착오가 많았고, 베테랑 선수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너무 일찍 감독이 된 탓에, 혈기가 앞선 탓에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위기에 빠진 팀들이 찾는 이들은 주로 김응용, 김성근, 그리고 김인식(66) 전 국가대표 감독 등이다.

야구는 전개가 빠르지 않고 대부분의 승부가 긴 호흡으로 이뤄진다. 그 때문에 ‘70대 리더십’이 꽤 대접을 받는다. ‘데이터 야구’의 창시자인 일본의 노무라 가쓰야 감독은 74세였던 2009년 만년 꼴찌 팀이던 라쿠텐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고 은퇴했다.

물론 ‘노 감독’이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2011년 미국의 잭 매키언 감독은 81세에 하위팀 플로리다 말린스 감독을 맡았다. 당시 그는 “내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어울리지 않지만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데는 전혀 문제 없다. 95세까지 감독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팀이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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