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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척 중국어선이 노리는 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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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북쪽 백령도에서 남쪽 이어도까지, 이 광활한 서남해 바다에 30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악천후와 야음을 틈타 우리 해역을 넘나들며 어족 자원을 쓸어 담는다. 해양경찰과 어업관리단이 검거하는 중국 어선은 연평균 500여 척에 이른다. 물리는 벌금이 100억원 이상이다. 그런데도 불법 조업은 계속되고 그 피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우리 경비함정이 단속하려 하면 조업 중이던 그물을 끊어버리고 재빠르게 도주한다. 수장된 그물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일어난다. 해경이 철저하게 단속해야만 서해 어민의 어획량이 유지될 정도로 불법 싹쓸이의 폐해는 크다.

 중국 어선은 날로 흉포화한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정당한 검문을 시도하는 해경의 등선을 막으려고 꼬챙이가 달린 철망으로 선박 전체를 감싸는가 하면, 소화포 분사에 대비해 우비를 단단히 챙겨 입고 양손으로 흉기를 휘두른다. 지금까지 단속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순직하고 5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2011년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순직한 이청호 경사, 그보다 앞서 순직한 박경조 경위는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우리의 이웃이었다.

 얼마 전 흉기를 휘두르다 우리 대원이 쏜 스펀지탄에 맞아 중국 선원이 사망한 적이 있다. 손도끼와 톱,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그들에게 스펀지탄을 사용한 것은 누가 봐도 정당했기에 큰 잡음 없이 사건이 마무리됐다.

 주권은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나가는 것이다.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경찰관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해경은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을 수호하고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이 바다를 그대로 되돌려주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이런 가치와 각오를 사회 모두가 공유했으면 한다.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