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쳤다" 영국 작가 카레 신랄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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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를 사담 후세인에게 뒤집어 씌운 조지 W 부시 정권의 사기 행각이다."

영국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겸 칼럼니스트인 존 르 카레(72.사진)는 15일자 더 타임스에 기고한 '미국은 미쳤다'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카레는 이 글에서 "9.11테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빈 라덴이 예상했던 것을 훨씬 넘어섰다"면서 "(이라크전을 앞둔) 현 상황이 이대로 흘러가면 쿠바 핵위기, 광기에 찬 매카시즘(극단적 반공주의), 베트남전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매카시즘 열풍이 불던 1950년대처럼, 전세계가 선망했던 미국의 자유가 9.11 사태 이후 정교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엔론사태, 부유층만 감싸는 정책, 국제협약의 일방적 파기, 편파적인 이스라엘 지원 등 치부를 감추기 위해 부시 정권은 빈 라덴을 이용한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라크 전쟁을 빌미로 미국의 국방예산은 6백억달러(약72조원)가 증액돼 3천6백억달러나 됐지만 미국인의 88%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전쟁의 의미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인 두명 중 한명은 후세인이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공격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밀하게 조작된 여론에 의해 미국민들은 테러.전쟁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부시 정권이 재집권하도록 표를 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러시아 하우스' 등 스파이 소설류 작가인 카레는 국가정보기관 요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첩보전쟁을 묘사한 작품 등을 주로 썼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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