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시스템 도입하면 경찰·소방 동시 출동해 신속한 구호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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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의 협력으로 위급한 상황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911시스템’을 제안한 천안서북경찰서 이종남 경위. 조영회 기자

현직 경찰이 기존 행정기관 중심의 긴급 신고 체계를 신고자 중심의 치안 응급구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을 제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천안서북경찰서 이종남 경비교통과 경위가 소방과 경찰의 협력을 바탕으로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한국형 911신고 전파시스템(이하 911 시스템)’을 행정안전부에 공식 제안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경위는 911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경찰과 소방의 시차적 개별출동이 동시출동으로 개선돼 피구호자의 구호활동이 빨라지고 긴급전화의 통화 중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울산에서 발생한 끔찍한 두 자매 사건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시 피해자는 한 기관에 전화한 후 다시 전화할 수 없는 여건에 처해져 끔찍한 변을 당했습니다. 실제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는 경찰과 소방 양 기관의 동시출동이 필요한 사안일 때도 관련 협약 등이 없어 한 기관만 출동하거나 통보를 하더라도 전화통보 방식으로 신고자가 직접 양 기관에 이중으로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현재의 전화통보 방식은 최소 3~5분의 전달시간이 소요돼 긴급구호가 필요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경찰과 소방이 개인의 판단에 따른 전화통보 방식이 아닌 동시출동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온라인 전송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이 같은 긴급 상황에서 보다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경위가 제안한 911시스템은 ‘정부통합전산 센터’의 메시지 ‘PUSH 서비스’를 이용해 컴퓨터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즉시 전송 신고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신고를 전달 받은 기관에서 즉시 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인력 충원 시까지 현재의 통보 범위를 유지하고 미국 911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 대응이 필요한 모든 사건사고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911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번거롭고 비효율적이었던 긴급신고 전화기관 통보시스템이 보다 긴밀하고 효율적인 신고자 중심 신고접수 전파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소방과 경찰의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신속한 현장 대응력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범죄에서 119나 112에 신고하는 것은 피해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흥분한 상태로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아프다는 이유로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많이 다쳤지만 억울하다는 마음이 앞서 119가 아닌 112에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신고자들은 위급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하나의 국가기관에만 연락을 취하지만 결국 신고자 마음은 기관 상호간에 긴밀함을 유지하고 동시출동함으로써 신고자를 보호해 주는 것은 물론 가해자 즉, 범인이 있는 경우 체포하고, 다친 사람이 있다면 인명구조를 해주길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신고자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뒤늦게 소방관에게 또는 소방관이 경찰관에게 다시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서 언급한 울산 두 자매 피살 사건이나 여의도 묻지마 살인미수, 수원 오원춘 사건까지 국민들은 수많은 사건을 접하면서 112신고센터의 역할과 사건대응 능력에 대해 비난과 질타를 보냈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생명이 위급하거나 사건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유관 기관간 편리하고 효율적인 전파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이 경위는 현재 양 기관이 경찰의 ARS 콜백시스템, 모바일 신고관리 시스템 등 효율적인 신고관리를 위해 표준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양 기관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스마트 구조대’의 경우 신고자의 상세한 위치파악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전통적 신고방식을 선호하는 성인이나 노인, 시각 장애인 등은 고려 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911시스템은 112경찰 관할인 육지와 바닷가의 경계가 불분명한 122해양경찰청과의 신고 전파문제와 통합방위 작전 상황 발생시 군부대 등 유관기관 전파체계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위기발생시 최초 인지 기관에서 다른 정부 부처나 유관기관으로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할 수 있어 911시스템이 구축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더 확실하게 지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경위는 “쉽게 말해 신고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다친 곳은 없는가’ ‘응급상황이라면 소방관의 도움이 필요한 것 아닌가’를, 마찬가지로 소방은 ‘경찰관도 필요한가’ ‘현재 가해자가 있는 상황인가’ 등에 대해 한 번 더 물어 피해자 중심으로 신고를 접수하고 이를 관련기관에 즉시 통보 할 수 있는 신고자(피해자) 중심의 신고접수 전파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911시스템은 1분 1초가 긴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인력낭비 및 신고 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더불어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경위의 이 같은 제안과 관련, 현재 소방방재청에서는 이를 채택해 추진하고 있으며 경찰청 생활안전국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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