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억원어치도 잡는 소중한 황금어장 서남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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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목포수협 상임이사(가운데)가 16일 목포해경 3009함에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오른쪽 둘째)에게 불법 조업 단속 상황을 전해 들은 뒤 악수하고 있다. 김 이사는 해경의 노력을 어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단속 현장에 동행했다. [3009함상=프리랜서 오종찬]

“목숨을 무릅쓰고 중국 어선에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영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17일 김민성(56) 목포수협 상임이사는 해양경찰의 중국 어선 단속활동을 ‘목숨을 건 사투’라고 표현했다. 그는 “차디찬 겨울 밤바다 위에서 조그마한 단정을 타고 흉포한 어선들을 쫓는 일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온갖 폭력과 위험이 가득한 단속 현장을 둘러보고 온 직후인 탓인지 그의 목소리에선 긴장감이 느껴졌다.

 김 이사는 목포해경 소속 3009함을 타고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15~16일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우리 해양 자원을 지키려는 해양경찰관들의 노력을 어민들에게 생생하게 알리기 해서였다.

 그가 목격한 단속 현장은 위태로움의 연속이었다. 큰 파도와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작전은 민간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힘들 만큼 어렵고 위험스러웠다. 그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헬기에서 비추는 한줄기 빛에 의지해 단정을 몰아 중국 어선에 접근하는 모습은 비장했다”며 “어민들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대원들이 달아나는 어선을 붙잡아 세우기 위해 작은 단정을 타고 바싹 뒤쫓을 때는 ‘갑자기 중국 어선이 멈춰 서면 충돌하고 말 텐데 어쩌나’하고 아찔한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김 이사는 “단정을 능숙하게 몰아 추격한 끝에 중국 어선을 세운 다음, 선원들이 각종 흉기로 무장하고 있는 중국 어선에 대원들이 당당하게 오르는 모습에서 한없는 든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어선 단속 현장에 동행해 해양경찰관들에게 어민들이 가지고 있는 고마움의 뜻도 전했다. 중국 어선들의 횡포 앞에 위축됐던 우리 어민들의 조업이 해경의 강력한 단속 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중국 어선 깃발만 보이면 달아났던 우리 어민들이 이제는 먼바다까지 나가 맘 놓고 그물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목포수협의 위탁판매액(위판액)은 1343억원으로 2010년 868억원보다 55%(475억원) 늘었다. 조기가 대풍을 이룬 2011년(1438억원)보다는 95억원 줄었지만 700억~800억원이었던 위판액이 2년 연속 130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신안수협 위판액도 2011년 1075억원으로 1000억원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40억원을 기록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해 7월 김수현(57·치안감) 청장 취임 이후 강도 높게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고 있다. 지난달 두 차례 출동해 31척을 나포한 데 이어 이번에 19척을 적발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지난 5년간 적발한 불법 중국 어선은 973척에 이른다. 이들 어선에 부과한 불법 조업 담보금이 총 234억8750만원이나 된다.

 김수현 청장은 “우리 해역은 최근 40t급 어선 한 척이 단 하루 조업으로 조기 3억700만원어치를 잡을 정도로 황금어장이 형성돼 있다”며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에게 한 치의 영해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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