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A “총기 규제 오바마와 세기의 싸움”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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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총기협회(NRA)가 총기 규제 정책을 놓고 한판 붙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총기 규제책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지금이 기회’라는 제목의 15페이지 보고서에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강화와 공격용 무기 금지, 학교안전 강화, 총기 소지자의 정신 건강 등 4대 원칙을 담았다. 대책 마련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만 5억 달러 규모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는 총기를 소지할 권리가 있고 그게 오랜 전통”이라며 “하지만 이런 권리에는 책임도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러곤 학교에 무장경비 인력을 두거나 총기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의회 동의나 입법이 필요 없는 23개 항목의 ‘대통령 행정명령’에 대해 즉석에서 서명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인 1994년 이후 20년 만에 정부가 마련한 가장 강도 높은 총기 관련 대책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규제 대책을 발표하던 시각 NRA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제35회 총기 박람회를 열었다.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은 박람회장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에게 맞서 세기의 싸움을 할 때가 왔다”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돌렸다. 그는 대국민 홍보를 위한 기금 마련을 촉구하며 “오바마의 대책은 당신들의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이 총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립사격스포츠재단의 스티브 사네티 회장도 가세했다. 그는 총기 규제 여론의 도화선이 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거론하며 “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건 우리(총기협회 회원)가 아닌데도 정부는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00 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NRA는 정부에 맞서 총기 소유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활동을 벌이고 의회를 상대로 밀착 로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NRA는 535명의 상·하원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255명에게 정치자금을 뿌렸다. 이 중 90%가 공화당이었다.

 NRA가 전면에 나서자 야당인 공화당은 오히려 장기전을 시사하며 뒤로 숨는 형국이다. 베이너 하원의장의 대변인인 마이클 스틸은 “하원 법사위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만일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하원도 훑어보겠다”고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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