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MS를 망쳤다

중앙일보

입력

"빌 게이츠만 떠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들에 의한 반독점 소송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MS의 몇몇 고위 경영진들이 제기한 놀라운 결론으로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의 데이비드 뱅크에 의해서 알려졌다.

뱅크의 저서 '브레이킹 윈도(Breaking Windows)'는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가 자유 경제 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 MS를 경영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뱅크는 빌 게이츠를 동정적으로 묘사한다. 뱅크는 게이츠가 MS를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는 공룡으로 키운 동시에 MS의 기술적 혁신을 이끌어 온 창조적인 인재들의 깊은 충성심을 끌어낸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준다. 뱅크에 따르면 결정적인 순간은 인터넷이 MS의 핵심 사업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시작됐다.

뱅크는 컴퓨터에 무지한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용어로, 윈도 운영체제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터넷 발전의 종적을 쫓는다.

빌 게이츠를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심에 있게 했던 윈도가 그를 실패로 이끌었다. 게이츠는 인터넷 기반의 운영체제가 윈도를 단순히 구식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마침내 깨달음이 왔을 때 게이츠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MS의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로 윈도를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뱅크는 "MS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두가지 조치를 동시에 취했다. 신형과 구형, 공격형과 방어형의 형태다. 다시 말해서 MS는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윈도의 지배력을 유지하려 했다. 각각의 전략은 나름대로의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양다리 걸치기는 혼란만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뱅크의 저술은 인상적이다. 그는 반독점 소송이 진행되면서 공개된 MS의 내부 e메일들을 포함해 수천 개의 문서를 연구했다. 이를 통해 그는 MS의 태도와 회사 내부에서 벌어진 내부 투쟁의 기록들을 시간순으로 종합해 큰 그림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뱅크는 게이츠를 MS의 실질적인 지휘자 역할에서 소외시킨 세력들의 실체를 명백하게 밝혀냈다. 실제로 뱅크는 게이츠보다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브레이킹 윈도'는 한 기업을 훌륭하게 분석했다. 독자들은 MS 내부의 경영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MS를 제어하려는 외부 압력이 작용했던 현장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읽어 나가기가 아주 쉬워 뱅크의 작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준다. 그리고 거대한 모순도 보여준다. 미 법무부는 MS를 윈도와 인터넷 응용프로그램 부문으로 분할하도록 하는 명령을 철회했다. 그러나 MS는 바로 이 분할 작업을 진행중이다. 결국 MS는 윈도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분리하려 하고 있다. 뱅크는 오래 전에 이러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또 게이츠만 없었다면 이 작업이 오래 전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L.D. Meagher Special to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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